통상본부장 “한미 협상 진전 보여… 이번주 총출동 분위기”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간 협상에 진전이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워싱턴 인근 로널드레이건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주 정부 유관 부처 수장들이 총출동해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여 본부장을 포함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워싱턴에 체류 중이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16일 현지에 도착해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선다.
여 본부장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열흘 안에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국익에 가장 부합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위적인 데드라인을 설정하기보다는 내용과 실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APEC이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일본과 다르다는 부분과 외환 관련 부담 등을 계속 설득해 왔고, 이제 미국도 이를 이해하면서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외환보유고 안정성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원화 계좌를 개설해 투자금을 수령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그런 부분은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번주 협상 방식에 대해선 “협상 내용상 여러 분야가 관련돼 있다”며 “금융, 통상, 재무, 산업 라인이 각자 협상을 진행해왔고 이번주 워싱턴DC에 모여 총력전을 벌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투자 이행 방식과 관련해 양측 간 이견이 지속돼왔다.
한국은 전체 투자 중 직접 현금 투입 비중은 약 5% 수준의 지분 투자(equity)로 제한하고 대부분을 보증(credit guarantees)과 일부 대출(loans)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앞서 일본과 체결한 방식처럼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합리적인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에 따른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요구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 고위 당국자들이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과 관련한 이견이 해소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난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난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CNBC 방송과의 대담에서도 “우리는 한국과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