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人터뷰] MZ세대에 불교가 ‘힙’해진 이유… “이색 경험보다 중요한 건 진정성”
양주 오봉산 석굴암 용인스님 20대 스님이 보는 힙한 불교 열풍 명상·사찰음식·굿즈, 젊은 감성 자극 “이색 경험 니즈가 불교와 맞물려 가볍게 시작해 깊어질 수 있는 기회” “韓불교 세대교체, 출가의 벽 허물어야 재능부터 직업까지 ‘다양성’ 확장할 때 변화하는 시대와 발맞춰 갈수 있을 것”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국내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극락도 락(樂)이다’ ‘부처핸접’을 외치며 불교의 새 얼굴을 각인시킨 일명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씨)’ 등장 이후 불붙은 ‘힙한 불교’ 열풍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역시 젊은 감성을 더한 재미있고 쉬운 불교 콘텐츠로 큰 호응을 얻었다.
템플스테이 이용자의 23%가 MZ세대일 정도로 불교는 이제 청년 세대에게 낯선 종교가 아니다. 단순한 일시적 열풍에 그치지 않기 위해 이제는 진지한 종교적 각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 출가자들은 이런 ‘불교 열풍’을 어떻게 바라볼까. 고등학교 2학년 때 출가해 현재 경기 양주시 오봉산 석굴암에서 수행 중인 용인스님(29)을 만나 MZ세대 출가자의 시선으로 본 불교 열풍에 대해 들어봤다.
◆새벽 4시 예불, 소소한 행동까지 조심하게 돼
용인스님은 ‘모태 신앙인’이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절에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불교에 마음이 끌렸다. 어느 순간 ‘이 길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에 스님은 출가를 결심했다.
가족들은 의외로 따뜻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땐 아직 용기가 없었죠. 친구들에게 출가했다고 말할 만큼 강단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용히 절에 들어왔어요.”
출가 전후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용인스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기본이지만 그보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더 조심하게 된 게 달라진 점 같아요.”
새벽 4시 예불로 하루를 시작해 수행과 노동이 이어지는 일정. ‘고된 일상 아닐까’라는 질문에 스님은 담담히 말했다.
“힘든 건 순간이에요. 몸이 익숙해지면 마음도 따라오죠. 지금은 오히려 이 리듬이 편해요.”
◆“이색 경험 니즈, MZ세대 욕구 충족”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교가 주목받는 이유를 묻자 용인스님은 잠시 미소를 지은 뒤 말을 이어나갔다.
“불교를 잘 모르지만 막연히 끌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거부감보다는 이색적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죠. 요즘처럼 힐링이 절실한 시대 분위기와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템플스테이는 2025년 ‘힐링 여행’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명상, 사찰음식, 자연과의 교감 같은 키워드가 부상하며 지친 현대인들의 발걸음을 사찰로 이끌고 있다. Z세대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불교’는 2024~2025년 청년 세대의 주요 관심사로 꼽혔다. 요가, 명상, 사찰 체험, 불교 굿즈 등 이른바 ‘가볍게 소비되는 불교 문화’에 대해 그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 자체가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불교를 받아들이는 깊이가 다르잖아요.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계기로 점점 더 가까워지고 깊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보진 않았다.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에서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에 대해선 우려를 내비쳤다.
“바쁜 현대인에게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숏폼 콘텐츠 자체에는 부정적인 편입니다. 사람의 심리가 한 편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다른 영상을 찾게 되잖아요. 결국 집중보다는 산만함을 키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최근 종교계에서도 SNS를 통한 포교와 홍보가 활발해지고 있다. 불교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짧은 영상과 사진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용인스님도 SNS를 운영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포교를 위해 여러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특별한 목적 없이 일상의 모습을 담고 진솔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기도 해서 수행자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하긴 어렵습니다.(웃음)”
◆“좌식 문화·한자 기도문 어려울수도… 극복이 관건”
또래 수행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로움은 없을까 묻자 용인스님은 고개를 저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수행자가 적은 건 아쉽죠. 그래도 저는 누군가에게 힘든 일을 꼭 하소연해야 한다거나 외로움을 잘 느끼는 성격은 아니라서 괜찮아요.”
많은 젊은이들이 불교 행사에 몰리고 관련 콘텐츠에 열광하지만 그 열기가 곧바로 ‘신행(信行)’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청년 수행자 유입에 한계는 무엇일까.
“좌식 문화와 의복도 가장 큰 장벽인 것 같아요. 그리고 불경이 한글화가 많이 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자 기도문이 많고 절 안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도 있어서 청년들에게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요.”
절이라는 공간 자체가 물리적 여건상 사회만큼 편할 수 없고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 여가 문화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현실적인 간극이 청년 유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유형의 출가자 늘어나야”
한국불교가 세대교체를 이루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양한 유형의 출가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각자의 재능에 맞는 일을 병행하거나 더 많은 사람이 출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다면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불교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평소 마음에 새기는 가르침은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의 한 구절이다.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은 것을 보라. 내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라’는 말씀이다.
행복과 자유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답을 내놨다.
“세상에 쓰임이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 아닐까요. 삶의 형태와 제약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취향이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범위 안에서 우리는 충분히 자유롭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마지막 불교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에게 용인스님은 이같이 말했다.
“불교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성숙한 자신이 되기 위해 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종교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가치의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이 오죠. 그럴 때 불교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할수록 청년 불자의 존재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며 “절에 자주 오면 물론 좋겠지만 그보다 우리 불교를 한국의 오래된 전통문화로 이해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