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주요교단 정기총회] 손현보 설교엔 ‘침묵’, 전광훈 이단성은 ‘연구’
교단 총회로 본 한국교회 과제 ⓷ 손현보 목사 정치성·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 논란
한국교회 주요 교단 9월 총회가 마무리됐다. 손현보 목사 구속과 전광훈 목사에 대 한 이단 규정 요구 등 정치적 이슈가 겹치며 올해 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 운 분 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여성 안수, 목회자 정년 연장 등 교계 핵심 현안은 첨 예한 갈 등 속에 긴장감 있게 다뤄졌고, 일부 현장에서는 항의와 고성이 오가는 볼 썽사나운 장 면도 이어졌다. 1년 만에 발표된 교세 통계는 또다시 하락세를 보여줬 다. 주요 교단 정기총회 결과를 정리하며 한국교회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올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의 설교와 정치 활동을 교단이 어떻게 판단할지였다.
지난달 24일 열린 제75회 예장고신 총회 둘째 날 회무의 초점은 자연스레 손 목사 관련 안건에 쏠렸다. 서울중부노회 등 다수 노회는 헌의안을 통해 손 목사의 발언과 행보가 교단 헌법과 고신의 신학 정신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질의하며 총회 차원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노회들은 “편향된 정치 발언과 선동적 설교가 교단의 공신력을 훼손하고 교인 간 분열을 초래했다”며 향후 유사 사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대응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회는 해당 사안을 총회 신학부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 1년간 연구를 맡기고 내년 총회에서 보고를 받기로 했다. 손 목사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총회 기간 중 손 목사의 구속적부심이 기각되자 예장고신은 총회장 명의로 긴급 성명을 냈다. 성명에는 “손 목사 구속이 다른 목회자들에게 부정적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불구속 재판 원칙을 적용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총회가 공식 입장을 유보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사실상 손 목사를 두둔하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예장고신은 구속적부심 이전까지만 해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원칙론을 강조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교단의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는 반발이 이어지 등 향후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평신도로 구성된 ‘고신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모임’은 이번 총회를 평가하는 성명에서 “많은 아쉬움과 과제를 남겼다”며 “정치적 타협이 아닌 말씀 중심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 임원회가 손 목사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손 목사 논란에 대해 단순히 신학적 연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개 토론회 등 공론장을 마련해 책임 있는 논의와 교단 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한국교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올해도 제기됐다. “탄핵 정국 이후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은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전광훈 목사의 과도한 정치 개입”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전 목사가 ‘자신을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선지자라 주장’하거나 ‘자신이 성령의 본체’라고 말한 점 ‘모세오경만 성경이고 나머지는 해설서’라는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각 교단은 전 목사 이단 규정에 대해 다소 미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장합동은 ‘전 목사와 그를 따르는 무리를 정죄·치리해달라’는 안건을 즉시 기각했고 예장통합 역시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건을 상정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예장통합은 전 목사에 대한 이단성 조사를 1년간 진행하기로 했고 예장합신 총회도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교계 일각에서는 “수년째 연구만 반복하는 형식적 절차일 뿐 실질적 결단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목회자는 “이걸 연구할 가치가 있느냐, 결단만 하면 되지 않느냐”며 교단의 소극적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물론 교단의 이단 규정이 전 목사의 활동을 직접 제재할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요 교단에서 일제히 이단 또는 이단 옹호자로 판단할 경우 사실상 교계에서 배척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 내부에서는 “전 목사를 이단으로 보기 모호하다”는 의견과 “이단 규정이 오히려 지지층 결집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수 성향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대다수 총대들이 정치적으로는 전 목사와 유사한 시각을 지니고 있 이단 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단 논의는 개인뿐 아니라 단체를 포함해 교단 총회에서 매년 반복되는 단골 안건이다. 그러나 이런 이단 공방과 교파 간 경쟁이 한국교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와 월드코리아리서치가 전국 목회자와 평신도 1만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복수응답)으로 62%가 ‘교파 이기주의’를 꼽았다. 이어 교단 분열(37.5%), 교회 체제와 정책(33.3%) 순이었다.
교리 차이나 신앙 행위 방식의 차이로 인한 이단 규정에 대해서는 71.3%가 부정적으로 응답했고, 긍정적 응답은 13.7%에 그쳤다. 이는 보다 개방적이고 성숙한 종교관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국교회 발전 방향으로 응답자들이 ‘화합과 협력(61.9%)’을 가장 많이 꼽은 것도 많은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평신도 중심의 개혁’(26.8%), ‘교단 중심의 운영’(7.8%)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