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조차 읽지 못하는 이들… 세계 곳곳 ‘영적 문맹’ 많아”

성경 접근 제한 국가 지도 공개 박해·빈곤·언어 장벽이 주요 원인

2025-10-13     임혜지 기자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 세계 수백만명의 기독교인들이 여전히 성경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국제 보고서가 공개됐다.

기독교 인권단체 국제오픈도어와 디지털성서공회 등 국제 연합기구들은 최근 ‘성경 접근 목록(Bible Access List)’이라는 이름의 최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성경을 읽거나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극히 제한적인 국가를 지도 형태로 정리해 복음 전파의 사각지대를 한눈에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북한, 모리타니 등이 성경 접근이 가장 어려운 1차 국가로 분류됐다.

이들 국가는 정부의 강력한 종교 통제와 이슬람 율법 기반의 사회 체제, 정치적 박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경 소지 자체가 범죄로 간주되기도 한다.

특히 북한은 성경을 소지하거나 배포한 혐의로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국가로 지목됐다.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인도, 중국 등은 비교적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언어 장벽과 낮은 문해율,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여전히 성경 보급률이 낮은 ‘제한 접근국’으로 분류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물류 인프라와 번역 인력 부족이 성경 접근의 주된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성경 접근의 어려움이 단순한 종교적 박해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빈곤과 낮은 교육 수준, 통신 인프라 부족, 미번역 언어, 문화적 배타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경은 존재하지만 닿지 않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일부 지역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기독교 전통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주민 상당수가 성경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으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 없이 ‘문화적 기독교’만 계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디지털 성경 보급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 교회와 오픈도어, 디지털성서공회는 오디오 성경, 모바일 앱, 현지어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접근성이 높아지는 아프리카·아시아 지역은 성경 확산의 ‘새로운 길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픈도어 관계자는 “성경 한 권을 전하는 일은 단순히 책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진리를 모국어로 들을 수 있는 생명의 통로를 여는 일”이라며 “특히 디지털 환경이 개선되는 지역에서 복음의 기회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