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개척단 사건’ 60년 만에 국가 배상 판결… “국가가 자행한 인권침해”

2025-10-10     김민희 기자
대한법률구조공단. (제공: 대한법률구조공단)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1960년대 초 정부의 사회 정화 정책으로 강제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서산개척단’ 피해자들이 60여년 만에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서산개척단 사건 피해자 및 유족 112명을 대리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총 118억원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산개척단 사건은 정부가 부랑인 단속을 명목으로 전국의 고아·부랑인 등 1700여명을 충남 서산에 강제로 이송·수용한 사건이다. 당시 보건사회부는 ‘부랑인 정착 사업’을 내세워 예산과 물자를 지원했지만, 수용된 이들은 감금된 채 폭행과 부실 급식, 의료 조치 미비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다. 다수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정부가 약속했던 개간지 분배도 이행되지 않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기관이 주도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이후 법률구조공단은 피해자와 유족을 대리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고,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총 11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금은 입소 기간에 따라 1일당 15만~20만원으로 산정됐다. 사망 피해자에게는 별도의 금액이 추가됐다.

소송을 담당한 윤성묵·이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가가 사회 정화라는 명목으로 자행한 인권침해에 대해 법원이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라며 “위자료 액수에 아쉬움은 있지만 늦게나마 역사적 사건에 법적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