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칼럼] 불공정 무역의 방패, 무역위원회의 진화를 적극 활용하자

2025-10-08     천지일보

정연용 변리사

최근 국내 산업계가 직면한 불공정무역 피해는 그 심각성이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무역위원회의 1987년 출범 이래 2025년 7월까지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신청은 421건으로 조사됐다.

이중 지식재산권 침해 66%, 원산지 표시 위반 18.1%, 수출입계약 위반 15.7%, 허위 과장 표시가 0.2%를 차지했다. 특히 지식재산권 침해 유형으로는 상표권과 특허권의 침해가 80.2%를 차지했다.

이제 무역위원회(KTC: Korea Trade Commission)는 단순한 조사기관이 아니라, 산업 생존을 위한 ‘마지막 방패’로 그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의 준사법 행정기관인 무역위원회(KTC)는 1987년 출범 이래 국내 무역구제의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2025년에는 조직을 6개 과, 59명 규모로 확대 개편하며, 덤핑 조사, 불공정무역행위 대응, 지식재산 침해 조사 등 전문화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덤핑 조사만 12건이 접수될 정도로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활발해졌고, 시장 왜곡에 대한 산업계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무역위원회의 조사 및 판정은 조사 개시 후 6개월 내 신속히 완료되며 동일 물품에 대해 ‘기판정 제도’를 운영해 반복적 침해나 우회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구제 제도의 유형 또한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졌다. 특허권 침해 물품, 원산지 표시 위반, 허위·과장 표시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무역위원회는 수출입·제조·판매 중지 명령, 반입 배제, 폐기 처분, 정정광고 명령 등 다양한 제재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위반이 중대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 특히 과징금 제도는 크게 강화돼 지식재산권 침해 및 품질표시 위반 시 3년간 거래금액의 10%, 원산지 표시 위반 시 5년간 수출입 금액의 10%(최대 3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러한 구제 제도는 단순히 행정조치의 강화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기술 보호 전략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2025년 들어서만 중국산 철강 제품 4건의 반덤핑 조치, 석유화학 산업 5건의 조사가 이뤄졌고, 바이오의약품·생활필수품(의료가운 등) 분야에서도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와 구제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특허권 침해로 의심된 사안에 대해 무역위원회가 불공정무역행위로 판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어 조사의 객관성과 절차적 공정성이 제도의 신뢰도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적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통상전쟁, 중동 및 중국의 산업보조금 확대로 인해 통상 질서의 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무역위원회는 국내 산업 보호와 공정 경쟁 질서 확립을 동시에 달성하는 ‘균형형 무역구제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연례 국제포럼을 통한 글로벌 협력 강화, 전문 조사 인력의 양성, 그리고 우회덤핑 차단 및 제재 범위 확대를 포함한 제도적 정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기술·특허 기반 산업이 급증하는 오늘날 지식재산 침해와 불공정 수입의 경계선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그만큼 산업계는 무역위원회의 구제제도와 조사 체계를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제 “공정한 무역 환경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역위원회의 신속한 조사, 기판정 제도, 다양한 제재수단은 위기 시 기업을 지켜주는 실질적 방패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제도의 강화를 넘어, 국내 산업과 기업이 이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응전략에 내재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역위원회의 엄정한 판정과 기업의 선제적 대응이 결합될 때, 한국은 불공정무역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기술과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방패의 중심에 ‘공정한 경쟁’이라는 이름의 무역위원회가 있다. 수출입 기업에서는 적극 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