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 ‘냉부해’ 논란... JTBC 댓글 삭제의 불편한 진실

2025-10-07     임혜지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추석 연휴 이틀째인 4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명절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0.04. (출처: KTV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출연한 방송이 방영 직후 시청률 8.9%를 기록하며 프로그램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높은 시청률이 말해주는 건 ‘인기’가 아니라 ‘논란’이다. 대통령 부부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국민은 그 진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TV를 켰다. 웃음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재난 앞에서 권력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시스템이 마비되고 담당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시기였다. 그때 대통령 부부가 스튜디오에서 웃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여론은 냉랭했다.

JTBC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3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그중 “순직 공무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은 2200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공감을 모았다. 그러나 해당 댓글이 돌연 삭제되면서 “비판 글이 실시간으로 사라진다” “불편한 댓글이 보이지 않는다”는 항의가 이어졌다. 방송사가 대통령 관련 비판 댓글을 선별적으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제는 ‘왜 지워졌는가’다. 단순한 욕설이나 허위 정보가 아닌 목숨을 잃은 공무원을 애도하는 글까지 사라졌다는 점에서 삭제의 기준과 의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만약 이 과정에 정치적 고려나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중대한 일이다.

시청률 8.9%는 단순한 인기의 수치가 아니다. “왜 이런 때에 예능을 찍었나”를 확인하려는국민의 시선이 모인 결과다.

이런 가운데 공영적 책무를 지닌 방송사가 대통령 관련 비판 여론을 걸러내는 듯한 행태는 단순한 ‘댓글 관리’로 보기 어렵다. 이는 국민의 의견을 차단하고 비판의 통로를 봉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소통은 불편한 목소리를 가리는 데서가 아니라 그 불편함을 끝까지 듣는 데서 시작된다. 댓글을 지워도 국민의 눈과 귀를 지울 수는 없다.

대통령이 출연한 예능은 결과적으로 또다시 국민에게 불필요한 갈등을 남겼다. 대체 누구를 위한 ‘K-푸드 홍보’였나 묻고 싶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