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APEC 앞둔 격랑(激浪)의 한반도

2025-10-07     이상면 기자
이상면 대표이사. ⓒ천지일보 DB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즉 대륙과 해양의 패권 세력이 충돌하는 요충지며 허브이자 세계의 중심지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볼 것은 만약 한반도에 자리 잡은 민족이 대륙과 해양을 호령하는 입장이 된다면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혜택의 수혜자는 다름 아닌 한반도 자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후자가 아닌 전자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으며, 지금은 물론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한 많은 역사 또한 그러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분명한 것은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의 시 ‘동방(東方)의 등불’에서 밝혔듯이, 한민족이 태동했을 때 이 한반도엔 황금 시기가 있었고, 온 세계가 이 한반도로 인해 살아갈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되는 중요한 대목이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마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듯한 위태로움이 온 나라를 엄습하고 있으니 확인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깨달아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계몽(啓蒙)이 필요하고 나아가 계몽을 담당하는 상록수(常綠樹)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더군다나 이 한반도에선 에이팩(APEC) 정상회의가 10월 31일에서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회담을 앞두고 주최국 대한민국은 물론 한반도를 위시한 주변 강대국들의 수 싸움이 한창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온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협상의 연장선에서 마주하는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주최국인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북한 등이 치열하게 벌이는 신경전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선 아베파며 극우 인사로 알려진 다카이치가 일본 총리로 당선되므로 한반도 정세는 예상 밖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먼저 관세 협상 관련, 모든 나라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쳤으나 중국과 주최국 한국은 아직 불안한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회담이 열린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한국 국민이 볼모로 잡혔고, 이재명과 트럼프의 협상이 예기치 않은 반전상황이 있기 전엔 교착상태에 빠진 채 회담이 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이번 양국 정상 회동을 기회로 삼아 사전조율을 통한 극적인 협상 타결을 꾀할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또 회담을 계기로 출동한 주변국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야릇한 움직임은 주최국인 한국의 고립상황이 연출되는 무대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는 아닐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시점으로 볼 때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륙은 좌익세력, 해양은 우익세력이라는 원치 않는 전선이 설정돼 있으며, 한반도는 그 사이에 끼어있다는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대한민국은 좌(左)보다 우(右)를 선호했고 지향해 왔다면, 현 이재명 정부는 누가 보더라도 좌를 선호하면서도 우를 어찌하지 못해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이같이 애매모호한 양다리 외교술 내지 처세는 오히려 대한민국에 위태로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재명의 불안한 내치(內治)와 외교(外交)의 불확실성은 그의 이념적 성향과 수많은 범죄 리스크와 정통성의 의문이 가져다 준 결과로 보는 견해가 높다. 이는 해양세력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절대적 이유가 됐으며, 어쩌면 해양세력뿐 아니라 대륙세력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APEC 정상회담 일정보다 먼저 강성으로 예상되는 신임 일본 총리 다카이치와 트럼프 두 정상이 긴 시간을 할애해서 양국 정상회담은 물론 친교를 갖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일본 신임 총리와의 긴 시간 투자에 비해 회담 주최국인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과의 일정은 현재까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안하고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진핑도 트럼프와의 회담을 통한 관세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는 소식은 있어도 이재명과의 회담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복병이라 할 수 있는 김정은의 움직임 즉 트럼프와의 판문점 깜짝 회동설은 이재명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잠시 김정은이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버지 김정일의 유훈 중 하나가 중국을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공공연히 일본은 백년 원수, 중국은 천년 원수라는 말을 해 왔다. 또 다른 반전은 미군의 한반도 주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점이며, 이는 중국이 기회가 되면 한반도를 위협하고 나아가 삼킬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즉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브로맨스는 다 이유가 있었고, 보이지 않는 함수관계가 있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뿐만 아니다. 김정은이 중국 대신 러시아를 가까이 하고, 나아가 파병까지 불사하는 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또 다른 방편이라는 분석이다.

금번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높이 7미터 다리 하나에 중국이 애간장을 태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보이는 이재명의 애매모호한 줄타기는 먼저 문재인이 걸었던 길이며, 그 길은 미국 중국 북한으로부터 버림받은 길이었음을 벌써 잊어버렸던가.

통치자는 자신이 살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모험과 도박을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진실과 정의에 서지 않는다면 주최국 대통령이 패싱 당해 고립무원에 홀로 서야 하는 우스운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예기치 않은 가을 태풍이 동남아를 휘몰아치며 이상기후의 절정을 예고하고 있다. 이때 그 중심에 있는 한반도에서 휘몰아치는 급변하는 정세, 과연 격랑(激浪)의 한반도는 그 파고를 잠재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