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냉부해’ 방영 연기 요청… 정치권 공세 영향 분석
주진우 “국가적 재난 사태서 李 부부 예능 출연” “대통령실, 촬영 시점 밝히지 않고 허위 브리핑” 대통령실 “연기 요청, 공무원 사망 추모 위해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통령실이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의 방영을 연기해 달라고 방송사에 요청한 배경을 두고 정치적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가공무원의 사망에 따른 ‘추모의 시간’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직전에 이어진 정치권의 공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4일 오전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 재난이 ‘심각’ 단계였는데도 대통령 부부는 예능 촬영을 했다”며 대통령의 사과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경질을 요구했다.
그는 “촬영 시점을 끝내 밝히지 않고 허위 브리핑으로 덮으려 했다”며 관련 증거를 추가 공개했고, 대통령실이 법적 조치를 예고한 데 맞서 강 대변인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주 의원의 문제 제기는 곧바로 언론과 정치권에서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 부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마비돼 위기 대응이 한창이던 시점에 예능 촬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부각되면서 여론의 비판 여지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JTBC에 방영 연기를 요청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가공무원의 사망으로 전 부처가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명분은 추모였지만 정치권에선 정치적 파장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예능 출연이 재난 대응 부실 논란과 맞물리면서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로 사망한 직후 방송이 예정돼 있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추모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야권의 공세와 여론의 흐름을 고려한 ‘정치적 방어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이 예정대로 방영될 경우 대통령 부부가 재난 상황을 가볍게 여겼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이는 향후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냉부해’ 논란이 단순한 방송 편성 문제를 넘어 재난 대응의 적절성과 지도자의 공적 태도라는 더 큰 논점을 둘러싼 정치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