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사이드-한류30년(3)]BTS·블랙핑크·K-뷰티·푸드·웹툰… 한류, 세계 문화의 중심에 서다

2025-09-29     박혜옥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 걸그룹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드라마 ‘태양의 후예’,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 ‘여신강림’. (출처: 공식홈페이지) ⓒ천지일보 2025.09.28.

BTS·블랙핑크, 글로벌 음악 정상에

팬덤이 만든 새로운 세계 문화 연대

K-드라마·영화, 스토리로 세계 매혹

K-뷰티·푸드, 일상 속 문화로 확산

한류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를 사로잡는 매력으로 자리매김한 현상이다. 한류 파급력은 영화·게임·웹툰·패션 등 다층적 문화 영역으로 확산하며 단순한 대중문화의 흐름을 넘어, 정치·경제·외교의 영역까지 파급력을 발휘하는 소프트 파워로 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한류 30년의 궤적을 따라가며, 한국 문화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2010년대 중반 이후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문화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았다. K-pop과 드라마, 영화가 글로벌 시장을 흔들며 세계 대중문화 지형을 바꿔 놓았다. 중심에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있었다. BTS는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시작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며 한국 가수가 세계 음악계의 본류에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블랙핑크는 ‘뚜두뚜두(2018)’로 유튜브 기록을 갈아치우고, 2019년 코첼라 무대에 올라 K-pop 걸그룹 최초의 성취를 이뤘으며, 이후 메인 무대까지 장식하며 글로벌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팬덤이 만든 새로운 문화 연대

이 시기 K-pop의 힘은 글로벌 팬덤의 참여에서 나왔다. SNS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해 팬들은 앨범 구매, 투표, 스트리밍을 조직적으로 펼쳤다. BTS 팬덤 ‘아미(ARMY)’는 수백만 건의 해시태그 운동으로 메시지를 증폭시켰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기부와 캠페인에 나서며 사회적 영향력까지 드러냈다. 한류 팬덤은 단순 소비자를 넘어선 새로운 글로벌 공동체로 부상했다.

◆드라마·영화, 국제무대에서 존재감

음악 못지않게 드라마와 영화도 세계를 매혹했다. ‘태양의 후예(2016)’는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도깨비(2016)’와 ‘미스터 션샤인(2018)’은 완성도 높은 연출로 국제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랑의 불시착(2019)’은 일본과 동남아, 미국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으며 K-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줬다.

영화는 더 큰 파장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사의 중심에 섰다.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이색적 손님’이 아니라 세계 영화산업의 주류로 인정받았다.

◆소프트파워로 확장된 한류 위상

한류는 K-뷰티와 푸드, 웹툰으로 확장됐다. 한국 화장품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불닭볶음면(2012), 김치, 치킨은 세계인의 식탁에 올랐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도전 먹방’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밈으로 확산됐다.

네이버웹툰(2004 론칭), 카카오페이지(2013 론칭)는 영어·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된 작품을 제공했고, ‘나 혼자만 레벨업(2016)’ ‘여신강림(2018)’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며 한국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줬다.

이 시기 한류는 외교 자산으로도 기능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K-pop이 선수단 입장 음악으로 울려 퍼졌고, 폐막식에서는 엑소와 씨엘이 무대에 올라 세계인의 흥을 돋웠다. 같은 해 BTS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청년들에게 희망과 자기 긍정을 전하며 한국을 ‘소프트파워 국가’로 부각시켰다. 세계 언론은 한국을 ‘글로벌 문화 허브’라 평하며 K-pop과 드라마, 영화가 국가 브랜드 강화의 핵심임을 분석했다.

경제적 효과도 뚜렷했다.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BTS의 경제 효과는 수조원에 달했다. 해외 팬들의 공연 관람은 숙박·교통·외식업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K-뷰티·패션은 아이돌 효과로 해외 매출이 급성장했다.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며, 문화 상품의 성공은 자동차·가전·IT 등 제조업의 이미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외국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를 ‘세련됨’과 ‘신뢰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제와 성과

물론 과제도 남았다. 특정 그룹에 의존한 산업 구조는 취약성을 드러냈고, 팬덤 과열은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중반에서 2020년대 초반까지 한류는 세계 문화의 주류 속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결국 이 시기의 한류는 ‘글로벌 메인스트림 진입기’였다. BTS와 블랙핑크는 세계 음악 시장의 최전선에서 역사를 새로 썼고, 드라마와 영화는 세계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 문화는 더 이상 ‘신선한 외래 문화’가 아니라 세계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한국이 문화 소비국을 넘어 창조와 확산을 주도하는 선도 국가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시대적 징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