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총파업 시작… 주 4.5일제 전면도입 요구

2025-09-26     김누리 기자
(서울=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 2025.9.26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6일 오전 파업을 시작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비롯해 실질 임금 3.9% 인상, 정년 연장, 신입 채용 등을 요구했다.

금융노조가 파업을 시작했지만 전국 은행 영업점 대부분은 정상 운영됐다. 이에 따라 고객 불편은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9.26 총파업 결단식을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시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 국책금융기관 등 42개 지부 소속 노동자 8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참여했다.

금융노조원들은 ‘총파업’이 적힌 붉은 머리띠를 매고 ‘2025 총파업 승리 실질임금 인상 쟁취’ ‘내일을 바꿀 주 4.5일제’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2002년 금융노조가 주 5일제를 쟁취한 지 23년 만에 또 다른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진행한다”며 “주 4.5일제를 쟁취하는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외쳤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노동만 하러 태어난게 아니라 행복하러 태어났다”며 “저출생·지방 소멸 등 복합 위기 상황에서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야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이 나라에 무엇을 기대하겠느냐”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실질 임금 하락을 막아보자는 우리의 요구를 탐욕으로 볼 수 없다”며 “금융노조 선배들의 피땀 속에 우리는 4.5일제 깃발을 꽂았다. 이제는 이 시대 4.5일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서울역을 거쳐 대통령실 맞은편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했다.

이날 총파업에도 전국 은행 영업점 대부분이 정상 운영해 큰 고객 불편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9시 40분 기준 주요 시중은행이 파악한 파업 참여 인원은 은행별로 최대 1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노조 보직 등을 맡은 직원을 중심으로 파업에 참여했지만,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규모로 확인됐다. 신한은행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진행된 금융노조원 전체 투표 당시 신한은행 지부의 투표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나은행도 노조 간부 위주로 50명 남짓만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경우 약 100명, NH농협은행은 약 50명만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노조 위원장이 속한 기업은행은 1477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는 금융노조가 내세운 파업 명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융노조가 제시한 주 4.5일제 도입안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4시 30분으로 30분씩 늦추고, 금요일에는 오전 4시간만 근무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평균 연봉도 1억원을 넘어서고 있어 공감대를 사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중·특수·지방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1200만원으로 전체 5인 이상 사업장 평균(5338만원)의 두 배를 웃돈다.

반면 2024년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73만 7000원으로에 불과해 단순 환산 시 연봉은 약 4484만원 수준에 그쳤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5년 동안 시중은행 점포는 765개가 폐쇄됐고 7000명의 직원이 감축됐다”며 “번아웃과 정신질환으로 매일 고통받는 조합원들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탐욕이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