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주요교단 정기총회] 고함·항의에 아수라장… 취재도 제한했다

분쟁으로 얼룩진 예장합동 총회  목사 부총회장 후보 자격 논란 정기총회 이틀째도 충돌 이어져  논란 끝에 임원 선출 마쳤지만  반발 극심해 갈등 봉합 미지수 

2025-09-23     임혜지 기자
국내 가장 큰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정기총회 현장이 목사 부총회장 후보 자격을 둘러싼 총회대의원(총대)들의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수차례 파행 끝에 총회 둘째날인 23일 임원 선출이 완료됐지만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집단 항의가 벌어진 총회 현장의 모습. (출처: 기독신문CTV 생중계 영상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강단 진입 사태가 재발하면 교회 본당 모든 전기를 차단하고 예배당 출입을 금지시키겠다.” (서울 충현교회) 

22일부터 닷새동안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정기총회 현장이 목사 부총회장 후보 자격을 놓고 총회대의원(총대)들의 격한 공방으로 아수라장이다. 선교비 수령 의혹으로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부터 목사 부총회장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고광석 목사 측을 지지하는 노회 소속 총대들은 첫날에 이어 이튿날인 23일에도 ‘선거 중단’을 외치는 등 회의장에선 내내 고성이 이어졌다. 결국 첫날 임원선거도 하지 못한 채 긴급 정회했던 예장합동 총회는 이날 개회 직후 또다시 ‘정회’를 반복했다.

예장합동 측은 CBS 등 언론 취재를 막고 유튜브 생중계도 끊는 등 교단 내부의 갈등 상황 외부에 비치는 것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모양새다. 

예장합동 기관지인 기독신문 유튜브 채널 생중계 영상에 따르면 예장합동 110회 정기총회에서 목사 부총회장을 둘러싼 긴장은 개회 당일인 22일 저녁 정점을 찍었다. 예장합동 총회장 김종혁 목사는 고 목사의 자격 박탈로 목사 부총회장 후보로 단독 출마하게 된 정영교 목사가 속한 남경기노회의 천서 자격(총대 자격)을 회복시키는 결의를 ‘기립 투표’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하고 이를 가결했다.  

이에 반대하는 총대들이 일제히 일어나 항의하면서 회의장은 순식간에 고성으로 가득찼다. 급기야 수십명의 총대들은 총회장이 있는 단상 앞으로 몰려들었다. 한 총대는 저지하는 질서유지의원을 뿌리치고 단상 위까지 올라와 총회장에게 “왜 총대를 무시하냐” “회의를 이런식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고 따져 물었고 김 총회장은 그를 퇴장시켰다. 

격양된 분위기 속에 김 총회장이 간신히 새 안건을 처리하려 하자 남경기노회 자격 회복에 반대하는 총대들은 단상 앞에 서서 “반대”를 외치는 등 항의 시위에 나섰다. 결국 김 총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총회 진행이 어렵다”고 맞서며 다음날 오전 9시 30분까지 정회를 선포했다.

정기총회 둘째 날인 23일 회의 시작에 앞서 김 총회장은 “오늘 아침 충현교회 장로들과 총회 임원들이 대화를 가졌다”며 “전날 벌어진 강단 진입 사태에 충현교회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교회 측에서 전날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이행 각서에 따라 사전 동의 없이 교회 본당 모든 전원을 차단하고 총대들의 예배당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전했다”고 공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 선거는 또다시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임원 선거를 진행한다는 김 총회장의 선언에 고 목사를 지지하는 수십여명의 총대들이 강단 앞으로 나와 선관위원장 오정호 목사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거 진행을 맡은 오 목사는 일부 노회원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선거를 그대로 진행했다.

결국 아수라장 가운데 예장합동 총회는 직전 회기 목사 부총회장이었던 장봉생 목사를 총회장으로, 목사 부총회장으로 정영교 목사를, 장로 부총회장에 홍석환 장로를 각각 추대하면서 임원 선출을 겨우 마무리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고 목사를 지지하는 일부 노회가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총회 선관위가 정 목사를 밀어주기 위해 고의로 고 목사를 후보에서 배제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실제 정 목사 역시 소속 노회인 남경기노회의 천서 자격 논란으로 후보 자격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바 있다. ‘천서’는 총대 자격을 뜻하는 용어로 예장합동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이다. 예장합동 총회 임원 후보는 반드시 노회 추천을 받아야 하며 그 조건 가운데 하나가 ‘노회 내 당회를 조직한 교회가 20개 이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남경기노회의 경우 당회 조직 교회 수가 20개에 못 미친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정 목사의 후보 자격이 위태로워졌다. 남경기노회의 천서 문제가 민감한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총회에서 자격을 회복시키자 편파 의혹이 증폭되며 집단 항의로 이어진 것이다. 

내부에서는 정기총회 이후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전히 일부 노회가 반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선거 과정이 다소 강압적으로 진행됐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총회에서 신임 총회장으로 선출된 장 목사는 분열된 총회를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한 교인은 채팅창에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부끄러운 현장인가”라며 “우리 교단이 한마음 한뜻이 안 되는데 총회장, 부총회장을 떠나 하나님이 슬퍼하실 것”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