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특권에 칼 빼든 李대통령… “AI로 김밥 재료값까지 잡겠다”
OECD 평균 50% 비싼 식료품…가락동 도매시장·도매인 독점 정조준 “유통단계 줄여 농가소득↑ 소비자물가↓”… 온라인 도매·AI 가격비교 추진 대형마트·소상공인·도매시장 이해 충돌…체감개혁 현실화 시험대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라.”
이재명 대통령이 농산물 가격의 심장부, 가락동 도매시장을 직접 겨냥하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그는 “한국 식료품 물가는 OECD 평균보다 50%나 비싸다”며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면 어떤 민생 안정 대책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취약계층이 장바구니 물가에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도매인 특권 정조준
송미령 농림품부 장관은 보고에서 “32개 공영도매시장 가운데 가락동이 기준가격을 좌우한다”며 “6개 도매법인이 수십 년째 유지되며 경쟁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도매인 자격이 특권화된 것 아니냐”며 “독점이 문제를 키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법으로는 ▲온라인 도매시장 전환 ▲거래규모 20억 원 이상 기준 폐지 ▲도매법인 성과평가·퇴출제 ▲경매 대신 정가·수의매매 도입이 제시됐다.
송 장관은 “유통단계를 현행 4단계에서 1~2단계로 줄여 농가 수취가격은 높이고 소비자가격은 낮추겠다”며 “성과가 부진한 도매법인은 퇴출하고 신규 법인을 진입시켜 경쟁체제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시장도매인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송 장관은 “장단점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밥 재료값도 잡는 AI 앱”
국무회의장을 술렁이게 한 건 대통령의 돌발 지시였다.
이 대통령은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을 불러 “김밥을 만들려면 시금치 같은 재료를 어디서 싸게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 수석은 “내년이나 내후년 시범 서비스는 가능하다”며 “위치 기반 가격 비교와 레시피 결합도 어렵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소매가격 데이터화가 쉽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고 송 장관도 “현재 aT가 71개 품목 소비자가격을 제공하지만 체감과 차이가 있다”며 “내년까지 매장별 가격 비교 앱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앱을 고르는 앱까지 필요하다”며 속도를 더 내라고 지시했다.
◆업계·시장 온도차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기업은 산지 직거래로 단가를 낮추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여전히 중간 유통업자를 거칠 수밖에 없다”며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도매시장 관계자는 “중간 업자들이 재고를 비축해 가격을 조정해온 건 사실”이라며 “법적 의무와 책임 강화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전통시장 상인은 “중간단계 축소는 맞지만 영세 소상공인까지 타격을 주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우려했고 소비자들은 대체로 환영했다.
서울의 한 40대 주부는 “산지 가격과 소비자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며 “불필요한 중간단계는 줄여야 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aT는 내년부터 ‘거점물류 지원사업’을 본격화한다. 소량·다품목 거래가 많은 소상공인에게 물류 편의를 제공하고 소비자 운송비 50%를 보조해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3년 출범한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2025년 거래액 1조원, 2027년 5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