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건널목 우회전 - 김광규

2016-02-02     천지일보
건널목 우회전
김광규(1941~  )

땅거미 내릴 무렵
건널목에서 우회전하다가 
길 한가운데 움직이는 물체가 보여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너덧 살 난 꼬마가 거기 있었다
급정거에 아랑곳없이
스키니 청바지에 야구 캡을 쓴 엄마가
스마트폰을 환하게 들여다보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시평]
요즘 길거리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젊은이들이 아주 많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니, 앞에 어떤 위험한 물체가 지나가는지, 혹은 발아래 웅덩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종종 사고가 난다고 한다. 이런 광경은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리려는 사람은 아랑곳없이, 그 사람들로 빽빽한 공간에서 자기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에 막혀서, 이리저리 지나칠 공간을 찾아 쩔쩔매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다.

스마트폰, 그 안에는 다양한 세계가 전개돼 있다. 읽을거리도, 볼거리도, 들을거리도 모두 모두 담겨져 있는 스마트폰. 그래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세상과 함께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나 혼자만이 보고, 듣고, 읽는, 그 나 혼자만의 세상. 이렇듯 스마트폰은 다만 나 혼자만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현대인은 더욱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단절이 돼 버린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너덧 살 어린 아들이 어두운 밤 자동차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마저도 방기하는 스마트폰 속의 엄마. 모정마저 단절시키는 ‘나’만의 세계로 우리를 몰아가는 오늘의 비정한 과학. 이러한 사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결코 긍정적인 것은 아니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