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내란 특별법 ‘사법권 독립’ 훼손할 수 있다

2025-09-02     천지일보

여당이 12.3 불법계엄 관련자 처벌을 위해 ‘내란 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하기로 해 정치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법안은 12.3 비상계엄 사건을 전담하는 ‘내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내란 범죄인이 소속된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환수하며 이후 국고 보조금은 주지 않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권한을 침해하고 법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별법은 사실상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 독립을 정면으로 흔드는 것이다. 특히 특정 대법관을 아예 재판에서 배제하는 조항은 법원 전체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국회가 재판부 선임에 직접 관여하게 되면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재판이 될 수 있다. 판사의 감경 재량을 일률적으로 막는 조항 역시 법관 고유 권한을 지나치게 제약한다. 결국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

내란 특별법은 최근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여권에서 본격 제기됐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협이 각 3명씩 추천해 구성한 위원회가 특별재판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한 이 법에 대해 법조계에선 현 집권당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특검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 소급 적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소지가 크다. 해방 정국 반민족행위특별법이나 5.18 특별법도 예외적으로 인정받았지만, 당시엔 기존 제도로는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형법과 현행 제도로도 내란·외환죄를 엄히 다룰 수 있다. 국회 탄핵과 계엄 해제, 특검 수사 역시 그 증거다.

정당 국고보조금 중단 조항은 더욱 문제가 된다. 이는 법적 처벌을 넘어 정당 자체를 겨냥한 제재로, 자칫 정치적 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마련한 특별법이 오히려 민주주의 경쟁의 토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그동안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절차 진행이 계속돼 법원은 현재 비상 상황”이라며 조만간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이미 현행 시스템 속에서 잘 갖춰져 있다. 특별법 제정은 ‘사법의 정치화’라는 악습의 길을 열 수 있다. 법적 정의는 헌법 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