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中 로봇청소기, 韓 안방 공략… 유럽서도 ‘기술 경쟁’
로보락·모바·드리미 등 중국 가전 업체 ‘가성비’ 꼬리표에 A/S·보안 취약 극복 한국 시장에 진출해 신제품 대거 선봬 ‘최고 수준’ 기술로 시장 점유율 장악 삼성·LG ‘프리미엄·보안’ 전략 내세워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25 참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지각 변동 겪나
기존 ‘가성비’ 등의 꼬리표를 달고 ‘A/S’나 ‘보안’에 취약했던 중국 가전 업체들이 이제는 최상의 기술력을 가지고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시장 장악에 나섰다. 이미 로보락과 드리미, 에코백스 3곳의 중국 업체들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LG전자가 10~20%대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과는 큰 차이다. 국내 기업들도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면서 점유율 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미래를 상상하다’ 독일 베를린서 IFA 개최
삼성전자는 ‘AI Home – Future Living, Now(AI 홈, 미래 일상을 현실로)’를 주제로, LG전자는 ‘LG AI 가전의 오케스트라(LG AI Appliances Orchestra)’를 주제로 IFA에 참가한다. 이들은 인공지능(AI) 기반 가전 연결성을 중심으로 한 ‘AI 홈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유럽 가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 가전 업체들도 대거 참가해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한국 시장은 모든 브랜드가 성공적이고 신뢰할 만하고 전문적입니다.”
‘로보락’ ‘모바’ ‘드리미’ 등 중국의 가전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고 신제품을 지속 선보이면서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프리미엄’ ‘보안’ 등을 강조하면서 한국 안방을 지키고 있다.
지금껏 중국 가전제품은 국내에서 ‘가성비’ 등의 꼬리표가 달릴 만큼 저가 시장을 공략했으나 이제는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기술력 부분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달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가전 업체만 해도 2곳이나 있다. 모바는 한국 시장을 두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높은 안목을 가졌다’ ‘성장해 나가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고 했고 드리미는 ‘아시아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다만 중국 가전제품의 경우 크게 논란이 됐던 보안 측면에서 아직도 우려가 큰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증 획득’ ‘국내법 충족을 위한 절차 이행’ 등의 방안으로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이제는 가성비, 저가가 아니라 제품 기술력까지 갖춘 제품을 선보일 뿐 아니라 국내 유통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간 약점으로 지목됐던 ‘A/S’도 보완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가전 업체들이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 안방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직 우려가 큰 ‘보안’, 지금껏 쌓아온 ‘기술력’을 토대로 시장에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가전 업체, 프리미엄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
로봇청소기는 이제 일상에 있어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 로봇청소기 제품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로봇청소기는 중국이 진심” “어느 순간부터 로봇청소기 하면 로보락이 대세로 떠오른 듯” “중국 기업은 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있어 망설여지지만 쓰고 나면 만족도 높음” 등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중국 가전제품의 만족도나 선호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가전·IT 업계 관계자들도 실제 “중국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너무 빠르게 커버려 이제는 무서운 수준” “중국 정부 지원을 힘입고 급성장 중”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가전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보면 이제는 무시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판매량 등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보락은 지난해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2024년 4분기 글로벌 스마트홈 기기 시장 분기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로보락은 지난해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판매량 점유율(16%)과 매출액 점유율(22.3%) 모두 1위다.
지난해 1분기 세계 1위 로봇청소기를 기록했던 미국의 아이로봇은 2위로 밀려나고 3~5위는 중국의 에코백스, 샤오미, 드리미가 차지했다.
특히 로보락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꿰차며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로보락이 약 46%다. 더 나아가 로보락과 드리미, 에코백스를 합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60%를 넘어선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0~20%대에 머물렀다.
한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출시일이 늦어지면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모바·드리미, 연이은 신제품 출시… 기술력·보안 강조
중국 업체 모바(MOVA)와 드리미는 이달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선보였다. 두 제품 다 ‘3세대 물걸레’가 탑재됐으며 ‘흡입력’과 ‘로봇 발’이 넘을 수 있는 장애물 문턱 높이가 8㎝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한 하이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365일 방문 접수 및 수령, 자택 방문 수거 서비스 등을 지원해 A/S도 문제없게 한다는 계획이다.
모바는 2024년 설립된 AI 기반 스마트 리빙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아시아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이 모바 측 입장이다.
모바는 한국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으나 제품의 AI 중심의 기술력, 보안 등을 통해 선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든 리(Brandon Lee) 모바 APAC 지역 마케팅 총괄은 “한국 시장에서의 중장기적 목표는 탄탄한 신뢰를 쌓는 것”이라며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한국 조직을 꾸준히 키우고 확대할 계획이고 기술력을 위한 R&D 투자로 기술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엽 모바 한국 사업개발 리더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안전 인증 기관인 ‘TUV SUD(독일 시험인증기관)’ 인증을 획득했고 카메라에도 이중 잠금 장치를 적용했다”며 “개인정보 측면에서 국내법을 준수하고 항상 최고 수준을 지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드리미는 올 하반기 국내 시장 점유율을 15%로 끌어올리고 내년에 200%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메기 다이(Maggie Dai) 드리미 한국·일본·호주 지역 총괄 이사는 “앞으로는 대형 가전, IoT 영역까지 확장해 단순한 바닥 청소 브랜드를 넘어 폭넓은 제품군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선택의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며 “차별화된 기술과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과 편의성을 구현하는 제품들을 지속 선보이고 소비자 만족에도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시장 내 확실한 존재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삼성·LG ‘IFA 2025’ 열리는 유럽서 중국과 맞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FA 2025’에서 중국 가전 기업들과 맞붙을 전망이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는 오는 9월 5~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미래를 상상하다’를 주제로 개최된다. IFA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는 자리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AI Home – Future Living, Now(AI 홈, 미래 일상을 현실로)’를 주제로 참가해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이 집약된 ‘마이크로 RGB TV’와 유럽 고객들을 사로잡을 비스포크 AI 가전 신제품, 갤럭시 AI 생태계를 강화할 모바일 신제품 등 AI 기반 혁신 기술을 장착한 주요 제품을 대거 소개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들이 스마트싱스(SmartThings)에 연결돼 고객들의 일상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삼성만의 차별화된 AI Home 경험을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AI Home에서도 앰비언트 AI(Ambient AI)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앰비언트 AI는 사용자가 특별히 명령하지 않아도 기기가 주변 상황과 맥락을 스스로 파악해서 자동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LG전자는 ‘LG AI 가전의 오케스트라(LG AI Appliances Orchestra)’를 주제로 참석한다. 지난해 열린 IFA 2024에서 ‘AI홈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며 ‘LG AI홈’의 청사진을 구현한 데 이어 올해는 고객의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더욱 구체화된 AI홈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럽 고객에 맞춘 다양한 AI 가전은 물론 LG AI홈의 핵심 허브 ‘LG 씽큐온(LG ThinQ ON)’을 중심으로 집 안의 AI 가전과 외부의 다양한 플랫폼들이 서로 연결된 AI홈 솔루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연내 출시 예정인 AI 집사용 로봇인 ‘볼리’와 하반기 출시 예정인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연내 출시 예정인 AI 집사 로봇 ‘Q9’를 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중국 가전 업체도 신제품을 대거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국내 기업들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