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주년 기획] 南 손짓 애써 외면하는 北… 李정부 석달, 한반도 정세 전망은
李대화 노력 성에 차지 않는듯 한미회담 이후 남북 개선 여지 ‘동결-축소-폐기’ 北현실 반영 ‘3단계 해법’ 현실적 구상 평가 비핵화 목표 달라 어려울 수도 유인책 ‘체제 보장’… 美가 관건 산적한 현안에 주목되는 李외교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1일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약 석 달이 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남북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굳건한 평화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공존과 번영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의 대화 제의에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거나 되려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좀처럼 관계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속내가 무엇인지 향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짚어봤다.
◆북 대화 거부 속내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원칙 있는 대북 정책’과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또 남북 관계가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대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도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적극적 만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선제적으로 실시하며 화해 손짓을 보냈다.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 등 계기가 될 때마다 남북 간의 대화 채널,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공식화하는 등 굳건한 평화를 바탕으로 남북이 공존,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2025년 업무보고에서 ‘남북관계발전시행계획’을 수립하는 등 대화를 위한 노력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남한의 대화 제의에 강한 어조로 거부 반응을 보이며 쉽사리 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가 단순히 대화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한미 양국의 좀 더 강도 높은 유화책이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행보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마디로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회담, 남북관계 변곡점 되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 실시한 한미 정상회담이 향후 남북 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회담으로 한미 간의 대북 정책 공조가 더욱 굳건해지는 동시에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다. 북한도 우리 정부를 비난하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 한미일 협력과 한중, 한러 관계도 이재명 정부가 활용해야 할 과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동결-축소-폐기’의 3단계 해법은 현재 북한의 핵 능력과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의 핵 동결을 초기 단계로 인정하며 대화의 문을 열고, 점진적으로 핵 능력을 축소시켜 최종적인 비핵화에 이르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현실적인 로드맵이라는 관측이 다분한데, 트럼프 대통령도 여러 차례 ‘북한=핵보유국’임을 거론한 바 있고 트럼프의 야심과 맞물린 관련 해법은 향후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와의 밀착, 중국과의 관계 등 북한 주변의 정세가 북미 대화 재개와 같은 사건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예측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달 3일 중국 전승절 계기 북중러 정상의 집결을 우리 정부가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 외교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바탕에 깔고 한중, 한러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가 외교 성과 여부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동맹으로부터 닥친 파고에다 주변국 정세를 우리 정부가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북미대화 가능할까
하지만 북미든 남북미든 다자 협상이든 시작된다고 해도 결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인식과 서방 국가들의 비핵화 목표가 상이한 만큼 어떤 협상 형태든 당장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북한은 현재 핵 동결 또는 핵 군축을 원하고 있는 반면 한미 양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는 등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대화 성사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일단은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을 외교적 뒷배로 삼고 있긴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북미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고, 북미 수교 등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는다면 북한으로서도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북한의 몸값이 그만큼 올랐다는 것을 의미해 이런 정도의 유인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대미 협상에 나오려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의 오랜 목표였던 정상 국가화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 여지는 크지만 관건은 미국이 제시할 수 있을지다.
북한과 남한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은 다양한데, 해가 갈수록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도 북한을 적대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일이 불필요하다거나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이 10명 중 5명이 넘는 현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고 공존을 위해 나서야 하는 명분도 갖춘 셈이다.
내란 세력 척결과 동맹인 미국의 압박 극복, 남북 관계 개선 등 이제 석 달 된 이재명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단순한 내란 세력 청산이 아닌 80년의 숙원인 국가의 근본을 다시 세울 수 있을지, 한미 동맹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지, 평화로운 남북 관계는 가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