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美개신교 주류교회, 한국교회는 안전한가
한기윤 이춘성 선임연구원, 미국 개신교 쇠퇴 현상 분석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좌우로 갈라져 대립하는 교회, 그에 실망해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 신학을 철학·사회학·심리학으로 포장해 보기 좋게 내놓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 비싼 땅 위에 웅장하게 세워진 교회 건물, 그러나 그 속은 줄어드는 성도들로 텅 빈 모습.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한기윤) 선임 연구위원 이춘성 박사가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을 관찰하며 든 단상이다. 최근 ‘미국 주류 개신교의 몰락이 던지는 서서히, 그리고 갑자기’란 제목으로 한기윤 주간 리뷰를 작성한 이 박사는 “한국교회에 미국 주류 개신교회와 같은 몰락의 전조가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을 거쳐 고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신학자이자 분당우리교회 협동 목사이자 한기윤 선임연구위원 겸 사무국장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 주류 개신교회는 갈수록 비어가는 예배당과 줄어드는 교세 등 몰락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골 주류 개신교회 회중 대부분은 노인이다. 교회 건물은 있어도 신앙을 하는 성도가 없어 교회 문을 닫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 2월 26일 발표한 ‘미국의 종교 지형 연구’ 보고서도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로교(PCUSA), 성공회(ECUSA),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등 전통적 주류 교단에 속한 인구는 전체의 11%에도 못 미치며 2007년 이후 40% 가까이 감소했다. ELCA는 1988년 창립 당시 500만명을 넘던 교인이 현재 300만명 이하로 줄었고 2050년에는 6만 7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미국 주류 개신교는 왜 몰락하는 것일까. 이 박사는 첫 원인으로 ‘복음의 정치적 종속’을 꼽았다. 칼 트루만 전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교수의 지적처럼 미국 주류 개신교회가 정치적 풍향에 따라 우파와 좌파를 오가며 특정 정치 노선의 대변자 역할을 하면서 교회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교회가 복음이 아닌 정파나 이념을 대변하는 ‘종교형 시민단체’ 역할에 나설 때 정체성을 잃고 성도들이 떠나는 비극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오늘날 교회와 목회자들의 과도한 ‘정치 개입’에 우려를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 예로 미국 주류 교회가 20세기 초·중반까지 반공주의를 전파하며 보수 정치와 보조를 맞췄다가 1960년대에는 베트남전 반대·평화운동·시민권 운동에 동참하며 급격히 진보 노선으로 선회한 것을 꼬집었다.
그가 신학적 측면에서 원인으로 말한 건 ‘복음의 세속화’다.
유럽 교회는 19~20세기 자유주의 신학 영향으로 성경의 역사성을 부정하기 시작했고 교회 쇠락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복음을 사회에 유용한 가치로 포장해 설득하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독일 신학자 루돌프 불트만이 제시한 ‘비신화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현대인이 수용할 수 있도록 성경의 초자연적 요소를 윤리·심리·철학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복음의 초월성과 구속의 역사성은 희미해졌다.
미국 주류 개신교회도 이를 본떠 복음을 사회 정의와 인권, 정치 의제를 위한 언어로 번역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교회가 세속 담론에 대한 종교적 포장을 입히기 시작하면서 세상과 구별되는 고유한 메시지를 잃게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복음을 상실한 교회는 선교와 전도의 사명마저 저버렸다.
최근 미국 내 주류 교단인 미국북장로교회(PCUSA)가 공식 해외선교회를 전면 폐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고 그는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재정난 때문이지만 종교 다원주의적 신학이 교단 안에 자리 잡으면서 선교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류 교회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풍부한 자산’ 때문이라고 봤다. 막대한 자산과 재정이 빈약한 신앙을 가리고 문제의식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교회 역시 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박사는 “(한국)교회 안의 정치적 양극화와 대립은 미국 못지않다”면서 “우파와 좌파로 갈라진 갈등 속에서 청년층은 교회를 떠나고 신학은 철학·사회학·심리학으로 포장돼 사회적 학문을 수용·긍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복음은 사라지고 인간 심리를 달래는 지식이 기독교적 언어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했다.
선교 현장은 더욱 심각하다. 이 박사에 따르면 최근 막을 내린 ‘선교한국’ 대회에는 과거의 1/3에 불과한 인원만 모였다. 참가자 다수는 50대 이상이고 20·30대 선교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그럼에도 교회 외형은 여전히 화려하다”며 “도시의 비싼 땅 위에 웅장한 교회 건물이 세워지고 전국 곳곳에는 교회 수련원이 자리하고 있지만 정작 예배당은 고령 신도만 남아 비어가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박사는 한국교회가 미국 주류 교회 몰락을 경계하며 그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붙들고 회복해야 할 것은 신앙의 본질과 복음의 메시지”라며 “정치 같은 비본질적 요소에 교회와 사역자가 집착하는 것은 공동체에 결코 유익을 주지 않는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