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나랏빚 불어도 확장 재정 기조… 재정건전성 우려 커져

李 “씨 빌려서라도 뿌려야” 5년간 210조 재정투자 예정 내년 27조원 지출 줄이기로 상반기 재정적자 94.3조원 국채 이자 부담 30조 전망

2025-08-21     김누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핵심요약

◆李대통령, 재정 확대 강조

이재명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내세우는 가운데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른바 ‘씨앗론’을 꺼내들며 적극적인 재정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210조원의 재정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빨간불 켜진 나라곳간

이를 위해 정부는 재정 효율화를 통해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일정 부분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출 구조조정을 역대 최대 수준인 27조원 규모로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확장 재정이 진행될 예정인데다, 나라살림 적자까지 커지고 있어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이재명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내세우는 가운데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나라 살림 적자가 94조원에 달했고, 국고채 이자 비용도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 결손이 지속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5년간 210조원에 달하는 추가 투입을 예고하고 이 대통령이 일명 ‘씨앗론’을 언급하는 등 추가적인 돈 풀기를 예고하고 있어 향후 재정 운용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한 재원이 부족해지면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지자 정부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 대비 3~5%까지 발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李정부, 확장 재정 기조 재확인

정치권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 참석해 이른바 ‘씨앗론’을 꺼내들며 적극적인 재정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운용 방향과 관련해 “지금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소위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재정이 해줘야 하는데, 조세 세입도 줄어들고 경제 성장도 악화되면서 조세 세입도 매우 줄어 국가 재정 여력이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핵심 공약과 주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210조원의 재정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재정의 마중물 역할이 절실한 만큼 확장적 재정 기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5년 동안 210조원을 확보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매년 약 42조원의 추가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올해 전체 정부 지출(673조원)의 6%를 넘는 수준으로 기재부가 올해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했다고 밝힌 27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를 위해 국정기획위원회는 전(前) 정부 감세 정상화, 비과세·감면 정비, AI 기반 조세행정 효율화, 세외수입 확대 등을 통해 94조원을 확보하고 지출 구조조정·기금 활용·민간 재원 유치를 통해 추가로 116조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조 지출 구조조정도 추진

이와 함께 정부는 재정 효율화를 통해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일정 부분 완화하겠다는 뜻도 함께 내비쳤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출 구조조정을 역대 최대 수준인 27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방안을 이 대통령에게 13일 보고했다.

현재 기재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구직급여(실업급여) 기준 강화, 교육세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분배 조정 등 의무지출 제도 개편안을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이번 예산안에서 실업급여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단기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급여를 수령하거나 수급 기간 중 소득을 은닉하는 등의 부정수급 행태를 근절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반복 수급자에 대한 인정 기준을 강화해 단기간 반복 수급 시 급여액을 대폭 삭감하는 등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소득 인정 기준 강화 방안도 검토해 실업급여 수급 기간 플랫폼 노동이나 프리랜서, 초단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숨은 소득’을 올리는 부정수급 사례를 차단할 예정이다. 

교육교부금 배분 체계에도 칼을 대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를 반영해 교육세 내에서 교육교부금 배정 비율을 줄이고, 대학 등 고등교육 부문에 투입하는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중앙동 청사. (출처: 연합뉴스) 

◆나라살림 적자 94조 돌파

문제는 우리나라 나라 살림 적자가 94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기재부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관리재정수지는 94조 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9조 1000억원 적자 규모가 줄었지만 역대 네 번째로 컸다. 6월 한 달 동안만 40조 1000억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03조 4000억원)보다 감소했지만 2020년(110조 5000억원), 2024년(103조 4000원), 2022년(101조 9000억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편성된 31조 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 영향까지 반영되면 적자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재정수지는 68조 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은 7조 4000억원 줄었다.

올해 1~6월 총수입은 320조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조 7000억원 늘었다. 이 중 국세 수입은 190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1조 5000억원 증가했다. 세외 수입은 19조 4000억원으로 2조 9000억원, 기금 수입은 111조 2000억원으로 4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6월 기준 누계 총지출은 389조 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조 3000억원 증가했다. 총지출 진도율은 56.6%로 본예산과는 같았고, 결산보다는 1.6%p 낮았다.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1218조 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000억원 늘었다.

◆국채 발행도 늘어 이자 부담↑

재정이 악화되면서 국채 발행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차 추경에선 21조 1000억원 규모의 국채가 발행됐다. 이에 올 연말 중앙정부와 지자체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는 1301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본예산(1273조 3000억원) 대비 2.25%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48.1%에서 49.1%로 증가했다.

국채 발행이 늘자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국회예산정책처 추산 지난해 국채 이자 비용은 28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95%(26조 7000억원)가량이 재정 적자 보존을 위한 국고채 이자 비용이었다. 국채 이자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대규모 재정지출을 기점으로 매년 증가했다. 

2020년 18조 6000억원에서 2022년(21조원)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28조 2000억원을 기록해 4년 만에 10조원 가량 증가했다. 올해 국채 이자 비용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고채 차입 이자 상환 예산으로 30조원을 편성했다. 

예정처와 재정정보포털 ‘열린재정’에 따르면 정부의 국채 이자 비용은 2020년 18조 6000억원에서 지난해 28조 2000억원으로 4년간 약 10조원(51.4%), 연평균 13%씩 증가했다. 2020년 이후 3%대였던 정부 총지출 대비 국채 이자 비중도 2023년 4%를 찍고 지난해 4.4%까지 높아졌다. 

확장 재정이 두드러졌던 팬데믹 시기 발행한 국채 만기가 속속 다가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올해 94조원, 내년 98조원의 국고채 만기가 도래한다. 채권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채권 가격 하락, 채권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게 된다. 정부로선 짊어져야 할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일각에선 확장재정의 필요성은 있으나 과도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과 같이 돈을 쏟아부어도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물가 상승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높은 부채 증가율을 방기하는 것은 국채 관리와 대외신인도, 재정관리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부채, 국가채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