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진리를 애써 부인한 세력이 받을 대가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 6.25전쟁이라는 동족 간에 비극을 경험해야 했고, 그로 인해 강산은 잿더미로 변했다.
그 잿더미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다시 일어나 눈부신 경제성장을 가져왔고 나아가 민주화를 이루며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현실은 또다시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생각과 정신은 허무하게 피폐해졌고, 우리의 가슴 속엔 황량한 바람만 불고 있다. 과거 이스라엘 역사 속에 언급된 “여수룬이 살찌매 (하나님을) 발로 찼도다”라는 말씀 한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부흥했던 이스라엘 왕국은 솔로몬왕 때 절정기를 맞았고, 그 풍요와 부흥은 역설적으로 이스라엘로 하여금 하나님을 멀리하고 나아가 배반하고 오히려 이방신을 섬기게 하는 원인이 되고야 말았다. 당시 하나님은 그들이 옳은 길 대신 곁길을 걸은 것에 대해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라는 답으로 대신했다.
오늘날 대한민국 백성들 역시 문해력(文解力)이 떨어져서 말과 글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또 무엇이 정의고 불의인지 분별력을 상실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리라”는 경(經)의 교훈이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던가. 인도하는 소경은 거짓과 탐욕에 물들어 이미 소경이 됐고, 그 탐욕과 거짓으로 물든 백성들 역시 소경이 됐으니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틀림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한민국 청년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나라를 세우고 지키려 몸부림쳤던 7080세대(70대와 80대)의 생각과 정신을 이해하고 나아가 계승하고자 하는 긍정의 몸부림이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15~16일 서울 장안을 뒤덮은 전국에서 모여 온 국민, 그 중심에는 역시 청년들이 있었고, 그 청년들은 암울한 나라의 미래에 희망을 암시했다.
일제 강점기에 청년 상록수들이 있었고, 자유당 시절 부정선거로 학생들이 일어난 4.19가 있었고, 1980년대 6.29선언을 이끌어낸 학생‧청년‧시민들이 있었다.
특히 외신들도 주목한 16일 광화문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대절버스로 집회에 참여한 국민의 수는 일천만이 넘었다고 한다. 이 나라가 생기고 한 곳에 그리고 한꺼번에 이렇게 모인 사례는 없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됨 직하다.
대통령과 현 정부와 위정자들은 애써 모른 척하고 외면하고 싶겠지만, 실상은 충격과 함께 두려움이 스멀스멀 밀려왔을 게 틀림없었으리라. 그렇다면 왜 이들은 3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자신들의 생업을 뒤로하고 들불처럼 일어나야 했고 구호를 외쳐야만 했을까. 그것은 한 마디로 무한한 구국과 애국의 일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마땅하다.
전직 대통령 내외에 대한 인간사냥 내지 마녀사냥, 여론재판으로 망신주기, 나아가 온 나라가 조사와 검열로 통치돼가는 독재적 분위기는 국민들의 분노와 민족 특유의 잠자고 있던 애국심의 DNA를 깨우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행사 즉, 국민임명식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투표로 선출하는 선출직 최고위 자리다. 투표로 당선된 자신에 대해 무엇이 부족하고 두려워 또다시 국민이 임명하는 절차를 가져야 했을까. 특히 8월 15일 그날은 대한민국 80주년 광복절이다.
대한민국 국가 통치자로서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어쩌면 최고 내지 최대의 기념일을 어찌 자신을 위한 날로 폄훼하고 퇴색시키는 일에 장본인이 되기를 원했을까.
대통령 스스로 생각하기를 뭔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부족하거나 자격에 흠집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었기에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가 아니었을까라는 의문을 스스로 유발한 셈이다.
또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8.15 광복 특별사면이다. 어떤 사정이 있었길래 이처럼 무모한 도박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조치다. 광복절하면 떠오르는 대상이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닐까. 그러함에도, 윤미향 전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고 국민들을 농락한 죄명을 가진 인물임에도 그를 광복절 사면에 포함시켰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 현실에 국민들은 분통을 터트렸을 것이다. 또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학생과 부모들의 가슴을 찢어놓던 그 가족들을 버젓이 법의 심판에서 풀어줄 수 있었을까.
어찌 이것이 다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외교력의 부재로 고공 행진하던 국격과 위상이 급격히 추락됐고, 특히 미국과의 불완전한 외교와 관세협정, 한미 군사동맹, 미묘한 대북관계 등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를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열한 내용들은 현 정권의 위선과 모순, 왜곡, 거짓은 물론 불법과 탈법, 상식, 원칙과 기본이 무너진 현상들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예부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고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함에도 이 같은 진리를 외면한 채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자기 무덤을 파는 어리석고 비열한 길을 굳이 가겠다면 그 말로는 불 보듯 훤하지 않을까.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 하지 않았던가. 지난 16일 장안을 뒤덮은 천만의 외침이 무슨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