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동화 속에 담긴 교훈에 귀 기울일 때

2025-08-05     이상면 기자
이상면 대표이사. ⓒ천지일보 DB

온 나라가 뒤숭숭하니 왠지 ‘말세’ 내지 ‘말세지말’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일까. 나라 안팎에서는 익히 경험해 보지 못한 기이한 일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금 우리나라는 기괴한 현상의 한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정자에서 국민에 이르기까지 인륜을 넘어 천륜마저 뿌리째 뽑혀 나가는 천인공노할 일들이 자고 나면 일어나고 있으니 과연 그러하다.

정권 교체와 맞물린 입법과 사법의 시한폭탄 같은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가라앉지 않으며, 특히 지도자를 향한 괴소문과 그로 인해 무더위 속에서도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 등은 그야말로 흉흉하기 이를 데 없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어쩌다 이런 나라와 백성이 돼야만 했는지 슬프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글쟁이, 말쟁이로서의 소임을 다해야겠다는 일념은 충만하나 글쓰는 재주가 별로라 오늘은 웹 문서에서 동화 하나를 차용해 보기로 한다.

소개할 동화가 주는 메시지는 필자의 부족한 글보다는 훨씬 전달력이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어느 한 나라의 임금은 남모르는 심각한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귀가 당나귀 귀처럼 크다는 것이었다. 임금은 귀가 볼썽사나워 엿새간은 몸이 아프단 핑계로 국사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들에게 위임하고 있었지만 평생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머리를 써서 큰 모자를 쓰기로 결심했다.

왕은 갓장이를 불러 귀를 보여주고 왕의 귀를 가릴 만큼 큰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한 후, 만일 소문을 내면 반드시 일족을 멸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갓장이는 왕의 명을 받아들여 서둘러 집으로 가서 귀를 가릴 정도의 큰 모자를 만들어 바쳤다.

왕은 그 모자를 쓰고 병이 나았다고 하면서 다시 정사를 보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갓장이였다. 갓장이는 왕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이었지만 함부로 발설할 수가 없으니 벙어리 냉가슴 앓듯 심한 마음고생을 하며 지내야 했다. 결국 골병이 든 갓장이는 ‘에라, 어차피 병으로 이래 죽으나 처형당해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차라리 속 시원하게 말을 하고 죽자’라고 굳게 결심하고 한밤중에 뒷산의 대나무밭 중심에 땅을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자 속이 후련해지고 마음이 뻥 뚫려 속 시원하게 병이 나았는데,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그날 이후, 대나무밭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렸고 심지어 대나무를 사용하는 물건 전체에서 그 소리가 나자 궁궐은 난리가 났으며 왕은 이 사태에 놀라 서둘러 대나무를 베라고 했으나 대나무가 자라면 바로 그 소리가 들렸으니-. 아예 문제의 대나무밭 전체를 밀고 싸리나무를 심었지만 이마저도 싸리나무가 그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결국 싸리까지 다 베어버렸다. 그러나 이미 온 나라 전체에서 왕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 나라 전역뿐 아니라 나라에 오가는 사람마다 왕의 당나귀 귀 얘기를 하는 등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자 결국 왕은 진짜로 병이 들어 몸져누워버렸다. 그러던 중 왕에게 두 사람이 상소를 내고자 오게 됐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가보니 중년의 남자와 남자의 아들인 젊은 청년이 왕에게 온 것이었다.

중년의 남자가 왕에게 왕의 귀는 결함이 아니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라고 당부하자 왕은 자신을 놀리는 거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청년이 다급하게 아버지께선 다른 뜻이 아니라 왕에게 조언을 하고자 온 것이라고 해명했고, 왕은 노여움을 풀고 청년의 말에 따라 남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중년의 남자는 자신은 관상을 조금 볼 줄 아는데 본래 큰 귀들은 장수와 복을 불러오는 관상 중 하나라고 얘기했다. 왕은 이에 노여움이 다 가라앉았으나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귀는 이미 그 정도를 넘어선 상태라며 우울해했다.

그러자 중년의 남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것은 하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며 그 귀는 백성의 소리를 잘 들으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설명해 줬다. 본래 큰 귀를 가진 왕들은 백성의 소리를 잘 들어서 후에 성군이라 칭송을 받았다고 얘기하며 왕에게 그것은 전혀 숨길 일이 아니라 했다.

왕은 중년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것은 백성의 소리를 들으란 것임을 깨닫고 완전히 마음을 풀어서 남자와 청년에게 수많은 금은보화를 상으로 내린 뒤 자신의 약점이던 귀를 마음 편히 내놓고 백성의 소리를 들어 훗날 위대한 성군 중 한 사람이라는 칭송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 했으니, 구전문화가 주는 시대적 교훈을 들을 줄 아는 귀가 정녕 필요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