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in] 베드로의 브이로그, 모세는 홍해서 라이브… SNS 휩쓴 ‘이것’
[어떻게생각하십니까] 브이로그 스타일 셀피 성경 콘텐츠 SNS서 폭발적 인기, 900만뷰 찍어 예수 부활·노아 방주 30초에 담아 교계 “희화화 우려… 올바른 해석 필요”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아이폰으로 예수님과 셀카 찍는 베드로.’ ‘홍해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하는 모세.’
성경 속 인물들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아이폰을 들고 셀카를 찍거나 셀카봉을 들고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팔로워와 소통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물론 현실은 아니다.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된 ‘AI 성경 쇼츠(AI Bible Shorts)’ 영상이다.
성경 속 대표적인 사건들과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짧은 영상들은 ‘MZ세대’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팔로워 100명에 불과했던 계정이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수만의 팔로워를 확보할 정도다.
◆아이폰 들고 부활 소식 전하는 베드로
“무덤이 비었다고? 헐…”
틱톡 계정 ‘AI바이블오피셜’이 게시한 ‘베드로가 아이폰이 있다면?(What if Peter had an iPhone?)’이란 제목 영상은 29초 분량임에도 임팩트가 강하다.
영상 속에서는 12제자 중 한 명인 사도 베드로가 아이폰을 들고 예수의 기적과 생애를 마치 실시간 라이브 방송하듯 전한다.
영상은 갈릴리 바다에서 폭풍우를 가르며 물 위를 걷는 예수 모습으로 시작한다. 나사로가 살아난 직후 베드로가 엄지를 치켜들며 “He brought back Laz!(예수가 나사로를 살리셨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진다.
최후의 만찬 장면, 베드로가 촛불을 들고 앉아 있는 장면에 뜨는 자막은 “Bro said the bread was his body…(큰 형이 빵이 자기 몸이라 하네)”다. 여기서 ‘큰 형’은 예수를 가리킨다. MZ세대에 친화적인 유쾌한 표현을 사용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영상은 예수가 부활을 바라보는 베드로가 “He is risen! This is insane(그분이 살아나셨다! 이건 미쳤다)”라고 감탄하며 끝난다. 이 영상은 지난달 30일 기준 조회수 914만회를 기록했으며 3만 4000회 이상 공유됐다.
◆골리앗과 다윗… “머리 자를까?”
구약의 대표적 전투 장면인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재해석한 또 다른 AI 성경 영상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은 예언자 사무엘(영상에서는 ‘샘’)이 소년 다윗에게 기름을 붓고 다윗이 사울 왕 앞에서 하프를 연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요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후반부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다윗이 손에 돌을 쥐고 필사적으로 달아나고 거대한 골리앗이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한다.
이 때 등장하는 자막은 다윗이 골리앗을 지칭해 “What is this guy’s problem?(얘 왜 이래?)”라는 문구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이어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 칼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Should I chop his head off?(머리 자를까?)”라고 묻는다.
이 장면은 사무엘상 17장 51절에서 다윗이 물매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후 그의 칼로 목을 벤 성경 구절을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영상이 다윗이 칼로 직접 골리앗을 죽인 것처럼 보인다”며 성경과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동물들과 셀카 찍는 노아라니
““Best nightlight ever!(역대급 야간등!)”
‘모세와 출애굽’ 쇼츠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쾌한 재해석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영상 속 ‘야간등’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광야를 지나던 모세 뒤로 솟아오른 불기둥이다. 영상은 출애굽기 3장의 불타는 떨기나무 장면으로 시작한다. 불길이 나무를 태워도 재가 되지 않자 모세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모세는 첫 번째 재앙에서 나일강이 피로 변하고 죽은 물고기가 강바닥에 가득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I told him to let my people go…(내 백성을 보내주라고 했잖아…)”라고 말하거나, 파라오 앞에서 지팡이를 뱀으로 바꾸며 “boutta show this man the power of Yahweh(이제 야훼의 힘을 보여줄 시간이다)”라고 말한다.
하이라이트는 홍해를 가르는 장면인데 거대한 물의 벽이 양쪽으로 솟구치고 이스라엘 백성이 마른 땅을 걸어가는 모습을 AI로 재현했다. 이때 모세는 “Behold the power of God!(하나님의 힘을 보라!)”라고 외친다.
‘노아의 방주’ 편도 인기 영상 중 하나다. 회색 수염을 기른 노아가 두 아들과 함께 방주 앞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린, 코끼리, 사자, 너구리 등 다양한 동물이 방주로 들어가는 모습이 이어지는데 물이 차오르자 노아는 놀라는 대신 동물들과 셀카를 찍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SNS선 호평, 교계에선 우려도
이처럼 성경 역사를 활용한 브이로그 스타일의 셀피 콘텐츠가 젊은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새로운 전도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국 기독교 미디어 플랫폼 바이블위드라이프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짧은 성경 영상은 전통적인 설교보다 확인도가 4배 높았다. 90초 미만 영상은 텍스트 묵상보다 ‘좋아요’와 ‘공유’가 400% 더 많았다.
바이블위드라이프 설립자 베니 유씨는 “젊은 신자들은 빠르게 전달되는 진리와 깊이를 원한다”면서 “성경의 정확성과 AI가 생성한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이 세대 영혼에 호소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았다”고 평가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흥미롭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 쇼츠 영상 댓글에는 “새로운 세대에게 성경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거나 “이런 식으로 성경 전체를 설명해달라”는 긍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교계 일각에서는 성경 말씀이 지나치게 희화화되거나 왜곡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존 보일스 미국 애빌린 크리스천대학교 성경학 교수는 “AI는 말씀을 실제 삶으로 살아낼 수 없으며 참된 신앙적 해석도 불가능하다”며 “결국 언어 토큰을 조합해 단순히 해석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AI를 활용한 성경 해석은 현대 사회가 말씀을 가볍게 소비하는 경향을 드러낼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한 교계 관계자는 “흥미로운 영상이지만 개인의 의견이나 상상이 가미되면 신학적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면서 “교회가 올바른 해석과 교육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