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부 살인·소림사 주지 추문… 성직자 범죄 연루 ‘충격’

폴란드서 신부가 일반인 잔혹 살인 소림사 주지 스님 횡령·성추문 시끌

2025-07-29     임혜지 기자
폴란드 바르샤바의 성당.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 지도자들이 잇따라 범죄 혐의에 연루되면서 세계 종교계가 충격에 빠졌다. 가톨릭 국가 폴란드에서는 현직 신부가 교회에 재산을 기부한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고 중국 불교의 본산 소림사에서는 주지가 사찰 자산 횡령과 성추문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폴란드 PA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톨릭 사제 미로스와프 M(60)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자동차 안에서 68세 남성을 도끼로 내리친 뒤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붙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교회에 상당한 재산을 기부하고 노숙 생활을 해온 인물로 기부 대가로 주거지를 제공받기로 했으나 사건 직전 거처 문제를 두고 신부와 심하게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바르샤바 남쪽 히누프 마을의 도로에서 불탄 차량 안에서 발견됐으며 당시 생존해 있었지만 병원 치료 도중 숨졌다. 라돔 지방검찰청은 “부검 결과 피해자의 80%가 화상으로 뒤덮였고, 머리에는 무거운 날붙이로 인한 외상이 확인됐다”며 ‘특정 잔혹성을 동반한 살인’으로 혐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형법상 잔혹한 살인 범죄는 최대 징역 25년에서 무기징역에 해당한다. 미국식으로는 종신형 또는 사형에 해당하는 1급 살인 범죄다.

인구의 7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폴란드는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바르샤바 대주교 아드리안 갈바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교회의 도덕적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자와 국민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용의자 신부에 대해 교황청에 최고 수준의 징계, 즉 파면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불교의 상징인 허난성 소림사에서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다. 28일 신화통신과 펑파이 등에 따르면 소림사 주지 스융신(釋永信, 60)이 사찰 자산을 횡령하고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여러 부처의 합동 조사를 받고 있다.

소림사 측은 전날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스 주지가 오랜 기간 사찰 자산을 불법 점유했고 불교 계율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여러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생아까지 낳았다는 혐의도 있다”고 발표했다.

1981년 소림사에 들어온 스 주지는 1999년 주지에 올라 중국 불교협회 부회장, 전인대 대표 등을 역임했다. ‘불교계 CEO’로 불리며 소림사와 관련된 수백개 상표를 등록하고 쿵푸 공연, 영화, 리조트, 골프장 등 대규모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상업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5년 제자 승려들이 그의 성추문과 공금횡령 의혹을 당국에 제보했으나 당시 허난성 종교사무국은 수개월 조사 끝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에는 아들에게 방장 자리를 물려주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소림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번 조사로 스 주지가 불교계 최고 지도자에서 범죄 혐의자 신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상업화된 불교의 민낯과 권력형 비리가 다시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