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흔들리는 치킨업계… ‘진짜 1위’ 논란 점화

bhc, 매출 첫 역성장… BBQ, 영업이익 41% 급등 턱밑 추격 ‘매출 격차 95억’ 초접전… 10년 독주 체제 흔들리는 bhc 교촌도 3위 굳히기…3강 구도 속 업계 순위 싸움 치열 형식적 상생 앞세운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주 피해 ‘외면’ 이중가격제 논란에 소비자 불신 확대…자율 가격정책 ‘역풍’ 치킨왕국의 민낯… 오너 리스크·ESG 경영 실종에 신뢰 흔들

2025-07-18     양효선 기자
BBQ치킨 로고. (제공: 제너시스BBQ 그룹)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올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진정한 1위'를 둘러싼 초접전 양상에 돌입했다. 10년 가까이 bhc가 선점해온 1위 자리를 BBQ가 맹렬히 추격하면서 순위 변동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3위 교촌의 턱밑 추격까지 더해지며 ‘치킨 왕좌’의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bhc 운영사인 다이닝브랜드그룹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3% 감소한 5127억원, 영업이익은 11% 증가한 133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BBQ는 별도 기준 매출 5032억원으로 전년보다 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83억원으로 무려 41.3% 증가했다. 매출 격차는 2022년 840억원, 2023년 624억원에서 2024년 95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단 1년 새 84.8% 차이를 좁히며 사실상 ‘1위 맞대결’ 구도로 전환된 셈이다.

한편 교촌에프앤비는 2024년 매출 4808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하며 상위 2개 브랜드와의 격차를 300억원 안팎으로 좁혔다. bhc와는 319억원, BBQ와는 224억원 차이로, ‘3강 체제’ 진입이 현실화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bhc가 1위지만, 성장률에서는 BBQ가 앞서고 있다. BBQ는 광고·마케팅 투자 확대와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이는 가맹점 매출 증대와 직결됐다. 반면 bhc는 프리미엄 전략과 수익성 중심의 운영으로 영업이익률을 지켜냈지만, 매출 감소라는 첫 기록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는 2025년 중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처럼 ‘이중 가격제’와 ‘가맹점별 자율 가격’이라는 이름 아래 본사는 수수료 부담을 가맹점에 넘기고 소비자는 배달 수단이나 앱에 따라 제각각의 가격을 감당하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bhc는 2200여개, BBQ는 2300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하며 출점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출점 속도만큼이나 ‘자영업자의 희생’도 커졌다. 가맹 희망자가 몰리면서 기존 상권이 포화되고 상권 침해 논란과 매출 분산으로 기존 가맹점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본사의 경쟁적 출점 정책은 점주의 고통으로 이어졌고, ‘상생’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점주들 사이에서 냉소적으로 회자됐다.

치킨업계는 ESG 경영을 표방하며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참여하는 가맹점주는 전체 2000여개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bhc는 전 회장의 횡령 혐의로 사법리스크를 겪었고 BBQ는 윤홍근 회장의 전횡과 노동 관련 논란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자사앱과 배달앱 간 이중가격제, 본사 주도의 일방적 프로모션 정책은 가맹점주들의 부담으로 직결됐다. ESG의 ‘S(사회)’ 요소를 정면으로 위반한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ESG 경영이 단순 홍보 수사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오너 중심의 권위적 의사결정 구조와 형식적 협의체 운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진정한 ‘E(환경)·S(사회)·G(지배구조)’를 구현하기 위한 첫 출발은 말이 아닌 구조와 시스템의 개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4년 말 bhc와 BBQ 모두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bhc는 ‘가격 자율제’를 선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혼란과 불신만을 느꼈다. 매장별, 앱별, 플랫폼별로 제각각인 가격은 소비자의 체감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고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가격 인상 명분만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경제가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재명 새정부가 강조해온 ‘소상공인 보호’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민낯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