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규제는 강하게, 공급은 더디게… 하반기 부동산 ‘혼조’

2025-07-17     유영선 기자

대출규제에 냉각한 집값 심리

강남은 주춤 외곽은 다시 꿈틀

매수세 이동에 규제 불씨 번져

 

李 “맛보기”… ‘추가 규제’ 촉각

政, 공급 확대 정책도 병행 예고

시장 양극화 더 심화될 가능성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한 시민이 강남구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07.

 

핵심 요약

◆거래절벽·풍선효과 동시 발생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조치가 시행되며 2025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6% 가까이 줄었고, 매수심리는 2주 만에 40포인트 급락했다. 일부 단지는 계약 철회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규제지역 추가 지정 우려 속에 외곽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정책 신호 혼선에 실수요자 혼란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강력한 추가 규제를 시사했고, 공급 확대 정책도 병행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공급은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냉각은 불가피하지만 양극화와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2025년 하반기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눈치보기’와 ‘풍선효과’가 공존하는 복잡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정부가 6월 27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제한 조치로 매수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며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초강력 대출규제를 단행하며 시장 안정화에 시동을 걸었고 이어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낼 계획이다. 그러나 ‘규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메시지는 시장에 혼란을 남겼고,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관망세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25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정책→시장반응→후속규제 또는 보완책’의 복합 구조 속에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 76% 줄어

지난달 27일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사실상 시장 전반에 강한 경고 신호를 보낸 조치였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규제 시행 직전 열흘간(6월 17~26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618건에 달했으나, 시행 직후 열흘간(6월 28일~7월 7일) 거래량은 843건으로 무려 76.7% 감소했다.

거래 절벽 현상은 집값 상승세 둔화로도 이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8% 상승하며 2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직전 주(0.31%) 대비 상승폭은 줄어들었다. 6월 이후 가파르게 치솟던 매매가격 상승률이 꺾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의 매수심리도 급속히 위축됐다. 6월 넷째 주 99.3으로 100에 육박했던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7월 초 60.6까지 떨어졌다. 불과 2주 만에 40포인트(p)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강남 3구를 포함한 주요 지역에서 매도 호가는 수천만원 이상 하락했고, 일부 단지에서는 계약 철회와 거래 파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송파구는 규제 전 24건이던 거래가 규제 직후 1건으로 급감하며 95.8% 감소했다. 마포구와 성동구, 용산구 등도 절반 이상 거래가 줄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시장의 흐름을 보며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의 대출 규제 외에도 투기과열지구 확대,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 강력한 추가 규제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강남-외곽 대비… 풍선효과 뚜렷

시장에서는 이미 마포구, 성동구, 강동구 등이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지역들은 규제 이후에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

강남 등 고가 지역에서 규제 효과가 나타나자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덜한 외곽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금천구(0.08%→0.09%), 구로구(0.11%→0.18%), 관악구(0.1%→0.19%) 등 서울 외곽지역은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6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가 밀집된 지역으로 수요가 유입되며 가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전세 수요도 급격히 몰릴 경우 전셋값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해 박운선 캐롤라인대학교 미래자산경영학전공 교수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현재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에서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 아파트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는 ‘부동산으로 자산을 증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불투명한 공급 시계… 정책 불안 확산

문제는 수요 억제는 시작됐지만 공급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8614가구로, 올해(4만 6738가구) 대비 38.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감소는 곧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이른바 학습효과는 과거에도 여러 번 집값 급등을 유발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부동산R114가 9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하반기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49%에 달했다. 이는 상반기(32%) 대비 17%p 증가한 수치다. 상승 이유로는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32.7%)’과 ‘공급 부족 심화(9.13%)’가 주로 꼽혔다.

정부는 규제와 함께 공급 확대 정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공급 확대책도 함께 준비 중”이라며 “공공주택, 고밀 개발, 유휴부지 전환 등을 통한 도심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김윤덕 의원을, 주택정책을 담당할 1차관에 이상경 차관을 각각 지명하면서 부동산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는 공공주택 확대를 포함한 대규모 공급정책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시흥, 군포, 안산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이 예정돼 있지만 실질적인 공급까지는 3~4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빌라·다가구 등 비(非)아파트 주택의 공급 확대와 임대료 제한 조치가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6.27 가계 부채 관리 방안 시행과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이 이뤄지면서 올해 3분기 국내은행들의 가계에 대한 대출 태도 강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이 대출상담 창구로 들어가고 있다.

◆“냉각은 불가피, 양극화 더 심해질 것”

이처럼 정부가 강한 수요 억제책과 함께 공급 확대 신호를 병행하려는 것은 집값 상승을 장기적으로 막기 위한 ‘균형 잡힌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점과 속도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박 교수는 “집값이 급락하면 2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로 사회적 혼란까지 초래할 수 있어 정부는 시장을 점진적으로 식히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 냉각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로 예정된 정기국회와 부동산 관련 법안 통과 여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공급과 관련한 인허가 단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완화, 용적률 상향 등 핵심 입법과제가 지연될 경우 정책 추진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실수요자 중심의 완화책을 일부 혼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애최초 구입자, 신혼부부, 청년층 등에 한정한 특별 공급 확대나 맞춤형 금융지원이 추가로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여건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한편,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매입에 대한 규제는 유지하면서 ‘핀셋 조정’을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내년 공급절벽과 금리 불확실성, 고용 상황 등 복합적인 변수를 함께 고려한 정책 유연성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같은 복합 대책이 시장에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요억제, 중장기적으로는 공급확대라는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그 중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반응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반기 금리·정책·수급 변수

또한 금리도 여전히 변수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이나 환율 등 외생 변수에 따라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 “현재 부동산 자산가 중 상당수가 현금 유동성이 없어 빚으로 버티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기 어렵고 국세청의 과세 시스템이 매우 정교해졌기 때문에 거래 추적도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결국 2025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대출규제와 공급정책의 균형, 정치 일정과 입법 추진 상황, 금리와 경기 흐름이라는 3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규제와 공급’을 함께 강조하고 있지만, 실행 시점과 정책 일관성이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수요자 보호와 가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하반기 정부의 정책 판단과 실행력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