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로잡은 ‘케데헌’… K-컬처의 저력 입증
음악·스토리·문화적 디테일까지 삼박자 갖춘 글로벌 흥행작
세계도 인정한 K팝의 새로운 확장․문화적 정체성의 진화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유아 마이 소다 팝(You’re my soda pop), 마이 리틀 소다 팝(my little soda pop).”
영화가 끝난 뒤,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 노래는 넷플릭스 신작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2025)’의 OST 중 하나다. 이 작품이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 빌보드 차트까지 진출한 OST
지난 1일(현지시간) 빌보드가 발표한 5일 자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중 ‘사자보이즈’의 ‘You’re Idol’이 77위, ‘헌트릭스’의 ‘Golden’이 81위로 동시 진입했다.
‘핫100’은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라디오 에어플레이, 유튜브 조회수 등을 종합한 차트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대중성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비록 메인 차트에는 들지 못한 곡들도 ‘버블링 언더 핫100(Bubbling Under Hot 100)’ 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헌트릭스의 ‘How It’s Done’은 해당 차트 1위에 올랐고, 사자보이즈의 ‘Soda Pop’은 9위, ‘What It Sounds Like’은 10위, 루미의 ‘Free’는 15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K팝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증명했다.
◆ 공개 직후 전 세계 1위
지난 6월 20일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 하루 만에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 18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으며, 이후 총 41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자보이즈의 음원은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에서도 Top1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배급한 이 작품은 K팝이라는 장르에 액션, 판타지, 퇴마 서사를 접목하며 참신한 세계관을 완성했다. 특히 두터운 글로벌 K팝 팬덤의 힘을 극대화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Huntrix)’가 평소에는 아이돌로 활동하지만 실제로는 비밀리에 악귀를 사냥하는 이중생활의 주인공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이 맞서는 존재는 남성 아이돌 그룹 ‘사자보이즈(Saja Boys)’로 이들은 악귀의 수장 ‘귀마’가 결성한 팀으로 팬들의 혼을 흡수하려는 존재들이다.
작품은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와 사자보이즈의 ‘진우’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 배신과 진실, 아이돌 시상식을 배경으로 한 대규모 전투 등 서사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닌 스토리 전개에 있어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TWICE 정연·지효·채영이 참여한 대표곡 ‘Takedown’을 비롯한 작품 속 음원은 Teddy Park, KUSH, Jenna Andrews, IDO 등 국내외 유명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뒷받침했다.
◆ 전통과 현대의 융합… 한국 문화의 세계화
특히 주목할 점은 작품 전반에 녹아든 한국 전통문화의 요소다. 서울N타워, 기와집, 작호도 호랑이, 무속신앙 등 디테일한 문화 재현이 돋보이며 현대 K팝 산업과 전통적 오컬트 세계관의 절묘한 조화가 차별화된 매력을 선사한다.
‘혼문(魂門)’이라는 설정을 통해 K팝 팬덤의 열기가 악귀를 봉인하는 에너지로 작용하는 세계관은 창의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 매기 강(Maggie Kang)이 구상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크리스 아펠한스(Chris Appelhans)와 공동 연출했으며, 각본에는 강 감독 외에도 해나 맥메찬, 다냐 히메네스 등이 참여했다.
성우진에는 아든 조, 안효섭, 유지영, 김윤진, 대니얼 대 킴, 켄 정, 이병헌 등 한·미 양국의 유명 배우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매기 강 감독은 인터뷰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은 한국 문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중요한 계기였다”며 “우리 문화가 더 이상 지역적 콘텐츠가 아니라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콘텐츠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감을 전했다.
처음에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제목일지라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완성도 높은 음악, 탄탄한 서사, 전통문화 재현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추며 전 세계 관객들의 공감과 열광을 이끌어냈다.
아이돌 팬덤과 애니메이션 팬 모두에게 새로운 ‘덕질’의 장을 열어주며 한국 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과 정체성을 제시하는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