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韓 잠재성장률, 올해 1%대로 하락할 듯”
OECD, 추정치 0.1%p 내려 2001년 이후 첫 2% 하회 30년간 잠재성장률 6%p↓ 3년간 GDP 갭률 마이너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를 밑돌 것이라는 해외 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최근 30년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떨어진 만큼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7일 한국은행에서 받은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 갭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최신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추정치는 작년 12월 분석(2.0%)보다 0.1%p 떨어졌다.
OECD의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를 밑도는 경우는 2001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최적으로 활용할 때 가능한 수치다. 실질 GDP 성장률과 달리 단기 경기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잠재성장률은 2011년(3.8%) 이후 14년 동안 계속 하락했다. 특히 2022∼2024년 3년간 2.2%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0.3%p 급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2.1%), 캐나다(1.7%), 이탈리아(1.3%), 영국(1.2%), 프랑스(1.0%), 독일(0.5%), 일본(0.2%) 순이었다.
한국 잠재성장률은 2021년 2.3%를 기록해 미국(2.4%)에 뒤처진 이후 5년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다른 G7 국가들에도 역전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1년과 비교해서 캐나다(1.5%→1.7%), 이탈리아(1.0%→1.3%), 영국(0.9%→1.2%)은 잠재성장률이 반등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최근 30년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달 10일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30년간(1994∼2024년) 6%p 떨어져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기업 투자환경 개선이나 혁신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기초체력을 다시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 과정에서 “10년 전만 해도 우리(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약 3%였지만, 지금은 2%를 꽤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미 잠재성장률이 2%를 하회한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작년 12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분석한 결과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이 2% 수준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에 달했다가 2010년대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2% 중반으로 내려왔다.
실질 GDP가 수년째 저조한 잠재 GDP에도 못 미치는 점도 잠재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갭(격차)률은 2025년 -1.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23년(-0.4%) 이후 2024년(-0.3%)를 거쳐 3년간 마이너스(-)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GDP 갭률은 잠재 GDP와 비교해 현시점의 실질 GDP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격차를 잠재 GDP로 나눈 백분율 값이다. GDP갭률이 음수면 해당 기간 실질 GDP가 잠재 GDP를 밑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 설비나 노동력 등 생산요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해석된다.
잠재성장률을 회복시키기 위해선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정책공약집을 통해 ‘잠재성장률 3% 진입’을 목표로 내세우고 이를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2일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 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경기부양책과 함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그간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 거점도시 육성, 외국인 노동자 활용 등을 통한 돌봄 서비스 개선, 법적 정년연장이 아닌 고령층 퇴직 후 재고용 등을 구조개혁 방안으로 제시해왔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은 항상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25~2030년 중 인구구조가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이 1%p로 커질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하더라도 기대만큼 소비가 회복되긴 어렵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경기적 요인에 따른 소비 둔화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경기 대응 정책이 효과적이겠지만, 추세·구조적 요인에 의한 소비 둔화 현상은 구조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이후 자영업으로 과도하게 진입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용 일자리에서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