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러시’와 ‘입당 릴레이’… 혼돈의 더민주

2016-01-12     임문식 기자
분당 사태 가속화 국면
새 인물영입으로 ‘맞불’
동교동계 권노갑 탈당
대규모 인사 이탈 물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쪽에선 탈당 러시, 또 한쪽에선 입당 릴레이. 안철수 의원으로 촉발된 분당 사태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처한 상황이다.

12일 오전 10시 호남 정치와 동교동계를 상징하는 권노갑 상임고문이 탈당 선언을 하는 같은 시각에 더민주는 새 인물을 내세웠다. 삼성전자 고졸 출신 임원 신화의 주인공 양향자 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를 인재영입 7호로 소개했다.

권 고문의 탈당 선언에 대해 새 인물 영입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권 고문의 탈당에 쏠리는 여론의 관심을 더민주의 입당 이슈로 끌어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더민주의 인재영입은 김병관 웹젠 의장 등을 포함해 이번이 7번째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계속되는 탈당 행렬로 정점에 치닫고 있는 분당 사태에 대해 인물 영입 총력전으로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그만큼 더민주가 처한 위기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 양향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가 1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더민주당은 “양향자 상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호남출신 고졸여성 임원을 역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라고 소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삼성 첫 고졸 임원 양향자 전 상무 영입


양 전 상무는 학벌, 성별, 지역 등에 대한 차별을 극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소개됐다. 문 대표는 이날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양 상무는 학벌, 지역, 성별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차별을 혁신한 아이콘”이라면서 “양 상무가 체화한 다양한 경험이 불평등과 차별의 낡은 구조를 혁신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잇따른 탈당 움직임에 대해 “우리 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당 움직임에 무척 아프다. 그러나 10만 명에 가까운 입당자들은 우리 당의 새로운 희망”이라며 “우리 당을 지키고 있는 많은 당원동지와 함께 이 새로운 희망들을 우리 당을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나가는 동력으로 삼아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권 고문 탈당과 관련해선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새롭게 당을 만든다는 각오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 그룹이자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동교동계의 좌장격이다. 그의 탈당을 시작으로 동교동계 인사들의 탈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동교동계’ 권노갑 고문 탈당


이 같은 움직임에도 탈당 가속화는 현실로 다가왔다.

동교동계의 좌장 격인 권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된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이른바 ‘친노패권’이란 말로 구겨진지 오래 됐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면서 “저는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미력하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탈당 이후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가칭)’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우선 제3지대에서 머무르면서 야권 세력 통합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권 고문의 탈당은 다른 동교동계 인사는 물론 호남 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지난 1961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선거 시절부터 비서를 맡아 정계에 발을 들인 그는 김 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며 동교동계를 이끌어왔다. 그의 탈당을 필두로 정대철 상임고문 등 전직 의원 40여명이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호남 민심 역시 동교동계의 움직임에 따라 더민주를 급속히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분당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 추진으로 촉발된 야권 정치 지형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