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여파에 식품 물가 급등… 5% 이상 뛴 품목만 19개

초콜릿·커피·빵·라면·소스 등 가공식품 74개 중 53개 올라 전반적 식품 가격 동반 상승 오징어채 31%·초콜릿 10%↑

2025-06-08     정다준 기자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린 커피(8.3%), 빵(6.3%), 햄과 베이컨(6.0%)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외식(3.0%)도 2개월 연속 3%대 상승했다. ⓒ천지일보 2025.04.07.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비상계엄 이후 6개월간 이어진 정치적 혼란 속에서 식품 기업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며 가공식품 전반에 걸친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혼란이 본격화한 작년 말 이후, 빵과 라면, 냉동식품부터 초콜릿과 커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졌으며 일부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공식품 74개 품목 중 53개(약 72%)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11월 대비 상승했다. 이 가운데 5% 이상 오른 품목만 19개로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 압박이 커진 양상이다.

가격 상승 폭이 가장 큰 품목은 오징어채로 무려 31.9% 급등했다. 초콜릿(10.4%), 커피(8.2%) 등도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간식류임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인상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양념소스, 식초, 젓갈류는 7% 이상, 빵과 잼, 햄·베이컨, 고추장, 생수 등은 6% 안팎 상승했다. 냉동식품, 유산균 제품, 어묵, 라면, 아이스크림 등도 5% 내외의 상승률을 보이며 전반적인 식품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낵 과자, 즉석식품, 혼합 조미료, 단무지, 편의점 도시락 등은 3~4% 올랐고, 김치, 맥주, 주스, 시리얼, 치즈, 간장, 설탕, 소금 등 주요 식재료들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반면 일부 품목은 하락세를 보였다. 식용유는 -8.9%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고, 두부(-4.1%), 국수(-4.1%), 밀가루(-2.2%) 등 총 17개 품목은 가격이 내렸으며, 당면 등 4개 품목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가공식품 물가의 상승세는 월별 소비자물가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4.1%로 계엄 직전이었던 작년 11월의 1.3% 대비 세 배 이상 높아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식회사 오뚜기가 오는 4월 1일부로 라면류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2022년 10월 라면 가격 인상을 한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오뚜기는 총 27개의 라면 유형 중 16개 유형의 라면 제품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한다.주요 제품 가격은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진라면이 716원에서 790원으로, 오동통면이 800원에서 836원으로, 짜슐랭이 976원에서 1056원으로 조정되며 진라면 용기는 11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의 라면 코너 모습. ⓒ천지일보 2025.03.31.

업계는 이러한 가격 인상이 올해 초부터 본격화했다고 본다. 특히 정국 혼란과 국정 공백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 개입이 약화 되자 그간 억눌렸던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요 식품 업체들은 연초부터 인상을 단행했고 일부는 두 차례 이상 가격을 올렸다.

대상은 설 명절을 앞두고 드레싱 제품 가격을 평균 23%, 후추는 19% 인상했다. hy(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야쿠르트 라이트’를 기존보다 14% 인상해 25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국민 커피’로 불리는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대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다시 인상해, 최근 6개월간 두 차례 인상으로 20%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롯데웰푸드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수십 종의 가격을 8개월 사이 두 차례 올렸고, 대표 제품인 빼빼로 가격은 2천 원까지 올랐다. 오뚜기는 3개월간 총 네 차례 인상이 언론에 확인됐으며, 대표 제품인 진라면을 포함해 16개 라면류 제품을 올린 데 이어 컵밥, 덮밥, 후추, 식초 등도 잇따라 인상했다.

일부 기업은 가격 인상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조용히 반영하기도 했다. 농심은 지난 3월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개 품목 인상 당시에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이후 수프 가격 인상은 별다른 공지 없이 조용히 단행했다. 이처럼 ‘슬그머니 인상’ 방식도 소비자 불신을 키우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린 커피(8.3%), 빵(6.3%), 햄과 베이컨(6.0%)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외식(3.0%)도 2개월 연속 3%대 상승했다. ⓒ천지일보 2025.04.07.

가공식품 가격은 최근 6개월의 인상 흐름 외에도 윤석열 정부 출범 시기와 비교해 장기적으로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5월 대비 현재까지 74개 중 71개 품목이 상승했고 이 중 50개는 두 자릿수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초콜릿은 50% 급등했고, 잼과 드레싱은 40% 이상, 설탕과 참기름은 30% 넘게 상승했다. 치즈, 커피, 주스, 맛김, 식용유, 소스, 고추장 등도 20% 이상 올랐으며, 김치, 빵, 케이크, 아이스크림, 소시지, 우유, 생수, 라면, 카레, 스낵과자 등도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인상됐다.

이러한 흐름은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필수 식료품 가격 인상이 저소득층에게 더욱 가파른 체감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