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분열·혐오 치유해야”… 새 대통령에 ‘통합 정치’ 고언

2025-06-04     임혜지 기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6.04.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6.3 선거에서 최종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에게 종교계가 공통으로 강조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정치. 

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4일 국내 주요 종교계는 일제히 축하 성명을 발표하며 새 정부에 ‘통합’과 ‘치유’의 정치를 주문하고 나섰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사회를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힘들고 고단했던 질곡의 여정을 지나, 이제는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 뜰에 곱고 아름다운 희망의 꽃을 피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삶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국정 운영으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워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분열과 대립을 뒤로하고 통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불교 역시 통합의 정신을 강하게 호소했다. 나상호 교정원장은 “진보, 보수, 중도도 다 같은 국민”이라며 “포용적인 리더십으로 갈라진 민심을 아우르고, 직면한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신속히 극복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100년 전 종조 소태산 대종사의 예언을 언급하며 “이 나라가 장차 세계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 오늘 현실로 구현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 3년간 정치 리더십이 가져온 국정 불안정과 사회적 분열을 국민 모두가 체감했다”면서 “역대 정부들이 개혁을 명분으로 비민주적 통치를 일삼아 국민 분열을 야기했음을 새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국민의 이해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난 시대의 잘못을 거울삼아 지지해 준 국민뿐 아니라, 지지하지 않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이념적 간극을 좁히고, 민생과 경제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국민의 삶이 보다 나아지도록 하는데 국정의 주안점을 둬 달라”라고 당부했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단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김종생 총무는 “양극화와 생명 경시 문화를 멈추고, 청년들이 더 이상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이주민과 장애인, 여성과 노동자들도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도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에게 드리는 축하와 당부’ 성명을 내고 “헌법 정신에 따라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고,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과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나라, 자신의 뜻을 당당히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는 나라가 되도록 이끌어 주길 바란다”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정의와 참 평화의 길을 걸어갈 믿음직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어둠이 짙을수록 작은 빛 하나가 더 멀리 비친다”며 “대통령의 한 걸음이 국민 모두의 희망이 되기를 기도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긴장이 고조된 오늘날, 대통령께서 먼저 절제와 경청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성균관과 전국 유림은 공동 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모든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하긴 어렵지만, 경중과 완급을 조절하면서 국민과 긴밀히 소통한다면 국정 운영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며 실용적 조언을 더했다.

7대 종단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메시지를 내고 “이번 선거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주권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귀중한 계기”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다시금 확인한 뜻깊은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품는 열린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의 길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