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문] 한은, 저성장 우려에 ‘베이비컷’… “대내외 정책 등 보며 추가 인하”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한국은행이 ‘베이비컷(기준금리 0.25%p 인하)’를 단행했다.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금리를 낮춰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은 29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2.75%에서 0.25%p 낮춘 연 2.50%로 결정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에 이어 기준금리를 0.25%p씩 내리며 금융위기 이후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올해 1월 한 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이후 2월 다시 베이비컷을 단행했으나, 원/달러 환율 불안으로 인해 4월 다시 동결했다.
한은은 “앞으로 내수 부진이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이고, 수출도 둔화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성장률을 지난 2월 전망치보다 0.7%p 내린 0.8%로 전망했다.
한은은 “향후 성장세를 점검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서 안정되도록 하는 등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성장 하방 압력 완화를 위한 인하 기조는 이어나가되 대내외 정책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며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은 한은이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2.75% 수준에서 2.50%로 하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세계 경제는 글로벌 무역 갈등이 일부 완화됐지만 높은 관세율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며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간 크게 확대됐던 위험회피심리가 완화되면서 주가가 반등했으나,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지속 및 재정 적자 우려 등으로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달러화 지수는 소폭 상승했다가 반락했다.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로 1분기 역성장에 이어 4월에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고용은 전체 취업자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제조업 등 주요 업종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내수는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이며 수출은 미국 관세부과 영향 등으로 둔화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5%)를 큰 폭 하회하는 0.8%로 전망된다. 향후 성장경로에는 무역 협상 전개 상황, 정부 경기부양책,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물가는 4월 중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이 각각 2.1%를 나타내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 중 2.6%로 전월(2.8%)보다 하락했다.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가공식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 등의 상방 압력을 국제유가 하락, 낮은 수요압력 등이 상쇄하면서 2% 내외의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에 부합하는 1.9%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1.8%)를 소폭 상회하는 1.9%로 예상된다. 향후 물가 경로는 국내외 경기 흐름,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 가격변수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 등 대외요인에 주로 영향받아 등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지속하는 가운데 무역 갈등 완화, 아시아 통화 강세 등으로 하락했고, 장기 국고채금리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했으나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주가는 기업 실적 우려 완화 등으로 상승했다. 주택가격은 서울 지역에서는 오름세가, 여타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지속됐으며,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 2~3월 중 늘어난 주택거래 영향으로 확대됐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헤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중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금융완화 기조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가능성과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