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관세전쟁에 내수 부진까지… 한국, 저성장 고착화 우려
29일 한은 경제수정전망 발표 1.5%에서 하향 조정 불가피 수출, 전년 대비 2.1% 줄 듯 소비·건설 내수 부진 이어져 산업별 수출 타격 심화 가능성 전문가 “2~3% 성장 어렵다”
핵심요약
◆한은, 0%대 성장 전망 발표하나
한국은행이 29일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내놓는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대 성장률 달성도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까지 0%대 성장률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외 기관 이미 0~1%대 전망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수출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데다 내수도 반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기관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1%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한국은행이 29일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한편,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내놓는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대 성장률 달성도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까지 0%대 성장률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0~1%대의 저성장 흐름을 향후까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외 기관은 이미 우리나라가 올해 연 1%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한국개발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등 국책기관도 우리나라가 1% 안팎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 발발한 ‘관세 전쟁’과 고금리, 고물가 등에 의한 내수 경제 회복 지연, 인구의 고령화 문제 등으로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져 0~1%대의 저성장 흐름이 향후까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및 경기부양책이 진행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2~3%대의 성장률을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경제전망’서 성장률 전망 발표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29일 ‘5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예상치를 발표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가 2월 전망에서 1.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후 올해 1분기 성장률이 2월 전망치(+0.2%)보다 크게 낮은 -0.25%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 수정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1분기 역성장과 미국의 관세 영향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0%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 27일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은 상반기 0.5%, 하반기 1.4%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이번 전망치는 1.1%p 하향 조정된 수치다. 이는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교역 둔화 등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내수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수 있지만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13대 주력산업 중 9개 산업에서 수출 실적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며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수도 민간소비·건설투자·설비투자 등이 모두 부진하며 반등이 쉽지 않다고 봤다.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1.0% 성장세에 그치고 건설투자는 지난해 마이너스 3.0%를 기록한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산업연구원의 전망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치와 유사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악화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로 대변되는 내수가 지속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월에 전망한 2.0%보다 1.0%p 낮춘 1.0%로 하향 조정했다. 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각각 1.5% 수준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들 기관은 연초에 1.6% 수준을 예상했지만 최근 평균치는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무역 합의 문제에 수출 타격 클 듯
현 상황에선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우리나라가 저성장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한국과 미국 간 무역 합의가 빠른 시일 내 타결되지 않으면 대미 무역흑자 폭 감소는 물론 산업별 수출 타격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지난 21일 발표한 ‘미국 관세정책의 시나리오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10%, 멕시코·캐나다에 25%, 중국에 60%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3.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예정처가 3월 ‘2025년 NABO 경제전망’ 당시 발표한 수치다. 예정처는 여기에 실현 가능성이 큰 두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예정처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두 시나리오에서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각각 3.6%, 4.7%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실제 관세율(한국 15%, 중국 30%, 멕시코 10%, 캐나다 10%)을 반영하거나, 미국과 중국의 추가 관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를 상정해 중국 관세율만 54%로 올린 결과 우리나라 대미 수출은 각각 11.8%, 10.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예정처는 미국이 한국 25%, 중국 145%, 멕시코 25%, 캐나다 25% 등 각 나라에 최대 관세를 부과할 경우를 상정했을 때 우리나라 수출액이 10.6%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대미·대중 수출도 각각 15.2%, 31.1%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금연휴에도 늘어나지 못한 소비도 성장률에 발목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 3~9일 국내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년 전보다 12.7%, 전주보다 18.4%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6일이 주말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등으로 휴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쉬는 날에도 사람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것이다.
소비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3~9일 온라인 지출 금액은 1년 전보다 5.1%, 전주보다 18.9%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카드 매출액 역시 1년 전보다 13.4%, 전주보다 22.7% 각각 감소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의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향후 고성장 기대하긴 어려워”
전문가들은 향후 우리나라 경제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차기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며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 4분기는 계엄 사태로 인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 4분기는 반등·기저효과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새로운 정부가 집권하면 추경, 경기부양책 등을 집행하면서 수치상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본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다만 2~3%로 가는 고성장은 한국 경제의 노령화를 감안할 때 쉽지 않다”며 “수출이 잘 된다 해도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성장률을 띄우기 가장 좋은 방법은 부동산 투기지만, 그 방법은 향후 좋지 않기 때문에 청년층이 생산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청년들의 고용률이나 소득 증가율이 증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한계가 있는 만큼 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내수도 안 좋고 수출도 안 좋아지는 국면에 다다랐다”며 “차기 정부가 추경을 진행하겠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2000조원가량 되고 이를 올리기 위해선 막대한 추경이 필요한 만큼, 현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추경을 해도 워낙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소비가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향후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낮추는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