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특집]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조기발견의 중요성

정상과 치매 사이 경도인지장애… 예방이 중요” 위험인자 관리·생활습관 개선, 억제에 효과적

2025-05-30     박주환 기자
최문성 천안충무병원 신경과장. (제공: 천안충무병원) 2025.05.30.

77세 김모씨는 최근 들어 물건을 둔 곳을 자주 잊고 약속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은 날에도 검진 시간과 장소를 헷갈렸고 진찰 과정에서도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거나 질문에 어긋난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혼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검진 결과는 치매 전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였다. 인지기능은 저하됐지만 일상생활에는 장애가 없는 상태였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에 위치한 전(前) 단계다. 이 단계에서 조기 발견하면 치매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정상 노인의 연간 치매 발병률인 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보건복지부가 과거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약 1/4이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중 ‘기억상실성 다중영역 경도인지장애’ 유형은 치매로의 전환 가능성이 가장 큰 아류형으로 전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43%를 차지한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고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고 집중 관리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아류형에 따라 증상 양상과 위험 요인이 다르다. 가장 흔한 형태는 ‘기억성 경도인지장애(Amnestic MCI)’다.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가 기억력 저하를 자각하고 객관적인 기억력 저하가 검사상 확인되며 일상 기능은 유지되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비기억성 경도인지장애(Non-Amnestic MCI)’는 기억력 외에 언어·실행기능·시공간 능력 등 타 영역에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다. 알츠하이머병 외의 다른 치매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진단 기준 외에도 최근에는 영상검사와 생체표지자를 통한 정밀 진단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MRI 상 내측두엽 위축, FDG-PET 상 내측두엽의 뇌대사 저하, 아밀로이드 PET 양성 반응 등은 향후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주요 소견으로 꼽힌다. 특히 아밀로이드 단백이 양성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음성 환자보다 치매 전환 위험이 5~7배 높으며 유전자 보유 여부에 따라 아밀로이드 양성률이 20%에서 최대 80%까지 차이를 보인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료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진과 더불어 위험인자에 대한 관리, 생활습관 개선이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김씨의 사례처럼 고혈압, 흡연, 고호모시스테인혈증 등의 위험인자와 열공성 뇌경색 등 기저질환을 조기에 파악해 적극적으로 치료한 결과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혼자서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의 관리에는 약물치료와 함께 사회적 활동, 유산소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병행돼야 한다. 김씨는 항혈소판제와 비타민 B 복합제, 은행잎 추출물을 복용하면서도 정기 병원 방문과 지속적인 사회활동, 운동을 병행했고, 이는 인지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치매는 개인 문제를 넘어 가족과 국가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한 해 중증 치매 환자에게 들어가는 의료비는 경도 치매 환자의 8배에 이른다. 치매를 늦추는 데 성공한다면 그 자체로도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과 조기 검진 확산이 시급하다. 인지기능 저하를 감지했을 때가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이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글 최문성 천안충무병원 신경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