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관세 전쟁에 컨트롤 타워 부재까지… ‘0%대 성장률’ 현실화되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0.2% 2월 전망치인 1.5% 밑돌 듯 국내외 기관도 1% 안팎 전망 사실상 경기침체 가까운 수준 최상목 사임에 사령탑 공백 사태 관세 대응 등에 난항 겪을 듯

2025-05-08     김누리 기자
부산항. ⓒ천지일보DB

핵심요약

◆이창용 “경제성장률 변동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성장률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상호관세와 함께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것을 예고한 것이다.

◆경제지표도 ‘침체’에 가까워

국내외 기관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실제 경제지표도 경기 침체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0.1%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분기 –0.2%를 기록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다음주까지 데이터를 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성장률 전망은 많이 바뀔 것이고 금리는 성장 외에도 환율, 부동산 영향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한 뒤 동행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상호관세와 함께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대두되며 잠재성장률(2%)보다 밑돌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일각에선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장기화되는 내수 부진에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 효과까지 더해지고 있는 만큼 올해 우리나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1분기부터 ‘역성장’… 연간 0%대 전망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2%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p나 낮은 수준이다.

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3%로 깜짝 성장을 기록한 이후 ▲2분기 -0.2% ▲3분기 0.1% ▲4분기 0.1% 등에 그쳤다. 만 1년 동안 GDP 성장률이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한은이 수정 경제 전망 발표(5월)를 앞두고 미리 분기 성장률 중간 집계 상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GDP 성장률이 하락한 것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로 3월 중 경제 심리 위축 확대 ▲역대 최대 산불 피해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1분기 경기 부진에 최근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조치까지 가세해 2월 전망 당시와 비교해 국내 성장의 하방 리스크(위험)가 상당폭 확대됐다”며 “올해 성장률은 2월 전망치(1.5%)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도 지난달 17일 금통위 이후 “지금까지 상호관세, 대(對)중국 관세, 품목별 관세, 10% 기본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나온 것을 보면 2월 성장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관세 정책 변화가 심하고 협상 등이 남아 있어 구체적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얼마나 낮아질지는 지금 얘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이 총재는 같은달 2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라 미래를 지금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분기 역성장으로 연간 성장률 전망도 기존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서 상황에서 무조건 빨리만 갈 수는 없다”며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리면서 천천히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지난달 30일에는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추경은) 올해 많이 올려놓으면 내년 성장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 뿐 아니라 내년 성장률도 같이 고려하면서 결정을 해야 할 사항”이라며 “재정 정책을 통해서 경기를 올리게 되면 이 효과가 일시적인 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총재의 발언과 같이 해외 투자은행(IB)과 국내 기관 사이에서는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 결과 42개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GDP성장률 전망치는 1.41% 수준이다. 

이 중 0%대 성장률을 점치는 기관도 많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캐피탈 이코노믹스(0.9%) ▲씨티그룹(0.8%) ▲하이투자증권(0.8%) ▲IM증권(0.8%) ▲ING그룹(0.8%) ▲JP모건(0.7%) 등 7곳이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0%대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경기 침체’에 가깝다. 1960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이 1.0%에 미치지 못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4.9%)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등 4차례 밖에 없었다.

실제 경제지표도 경기 침체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을 말한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0.1%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그 일례다.

◆대응능력 중요 시점… ‘컨트롤 타워’는 부재

문제는 정부의 경제 대응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임에도 경제 사령탑 공백 사태로 한국 경제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오후 10시 28분께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상정을 선언하기 약 4분 전이다. 관련 의사일정 동의안건이 상정된 시점이다.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약 20분 뒤 최 전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 전 부총리는 별도로 기자들에게 배포한 메시지를 통해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의 자진 사퇴로 김범석 1차관이 직무대행으로 그 역할을 이어받았으나, 정책 결정권자의 직급과 영향력이 낮아져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일, 한·인도 재무장관 회담 등은 불가피하게 취소됐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7월 패키지(July Package)’ 협의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협의가 지지부진해 미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최 전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은 ‘2+2 통상협의’에서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실무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최 전 부총리의 사퇴는) 당연히 부정적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협상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이라 생각하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투자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깥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선진국임에도 저런 일이 어떻게 벌어지느냐에 대해 해명해야 하니 참 곤혹스러운 한 주”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선 7월 9일(상호관세 90일 유예 도래일) 전에 가급적으로 상호관세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 일련의 사태가 자꾸 나쁜 쪽으로 가는 것이 마음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같이 고생한 사람이 나가니까 사기가 많이 저하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통령 선거 직전까지 경기를 떠받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책을 도맡을 경제부총리가 부재하고 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재정 정책을 내놓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