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판 커지는 글로벌 수소 시장… 현대차그룹, 시장 선점 ‘풀악셀’

수요 저조, 정책 불확실성에도 2030년 2500억 달러↑ 전망 현대차, 수소 산업 행보 지속 모빌리티쇼서 신형 넥쏘 공개 ‘접근성·경제성 확보’ 과제 여전 “政, 적극적으로 인프라 늘려야”

2025-04-17     이재빈 기자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현대자동차가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디 올 뉴 넥소’를 공개했다. 사진은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CEO(가운데)가 디 올 뉴 넥소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천지일보 2025.04.03.
핵심 요약

◆날로 커지는 수소의 중요성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수소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KDI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400억 달러였던 세계 수소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8.3% 성장해 약 2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이에 발맞춰 수소차 생산과 수소충전소 구축 확대와 ‘수소특화단지’ 조성 등 수소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 수소네트워크 ‘초집중’

현대차그룹은 약 30년간 수소 산업에 집중해 왔다. 1998년 수소연료전지 연구 개발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양산 등 성과를 이뤄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를 출범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신형 수소전기차 공개, 수소연료전지 공장, 청정수소 생산시설 구축 등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현대자동차가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디 올 뉴 넥쏘’와 ‘아이오닉 6’를 공개했다. 사진은 디 올 뉴 넥쏘.ⓒ천지일보 2025.04.03.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올해 서울 모빌리티쇼에선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트렌드가 주역으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계는 과거 탄소 배출이 많은 대표 ‘굴뚝산업’이었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수소나 전기와 같은 친환경 비전을 대거 앞세워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빌리티쇼에서 7년 만에 신형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선보인 것을 비롯해 자사 부스를 수소 비전으로 가득 채웠다.

인프라, 정책, 수요 문제 등 수소 산업의 전망에 관한 우려는 줄곧 있었지만 탄소 중립의 중요성이 날로 늘어남에 따라 수소 시장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심지어 청정에너지 정책을 지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도 수소 경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수소 강국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수소 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오는 7일부터 분격 운영에 들어가는 울산명촌 수소충전소. 명촌 수소충전소는 수소버스 3대를 동시 충전할 수 있고, 버스 포함 대형 화물차는 하루 360대, 일반 승용차도 144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다. (제공: 울산시청) ⓒ천지일보 2025.04.03.

◆“친환경은 정해진 흐름”… 수소 시장 전망 ‘맑음’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수소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KDI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400억 달러였던 세계 수소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8.3% 성장해 약 2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자체 생산 청정수소 1천만톤과 추가 수입 1천만톤을 목표로 설정하고,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을 통해 산업계의 친환경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3년 수소기본전략 개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공급비용을 현재 Nm³당 100엔에서 30엔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고, 민관이 향후 15년간 총 15조엔(약 1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도 올해까지 연간 20만톤 이상의 청정수소 생산과 수소상용차 5만대 보급을 목표로 세웠다.

특히 글로벌 수소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일본과 호주는 액화수소 운반선 ‘스이소 프런티어’를 운영하며 상업화를 본격화했고, 중국은 서부에서 동부로 수소를 보내는 973㎞ 길이의 ‘서경동송’ 그린수소 파이프라인 건설을 진행 중이다. 유럽 역시 기존 천연가스관을 활용한 ‘하이드로젠 백본’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 전역을 잇는 수소망을 구축 중이다.

(출처: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화석연료 확대를 지향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청정에너지 정책 축소 우려가 커졌지만, 주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수소산업의 근본적 성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 월락 미국수소협회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수소연합이 개최한 ‘트럼프 2.0 시대: 글로벌 수소 경제 전망 및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트럼프 집권으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수소지원 축소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캘리포니아 등 주요 주정부들이 독자적인 수소 정책을 유지하며 여전히 수소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은 ‘수소샷(Hydrogen Shot)’ 정책을 통해 10년 내 청정수소 생산단가를 1㎏당 1달러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며, 기술 발전으로 수소의 경제성 확보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HMGMA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5.03.27.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진심인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약 30년간 수소 산업에 집중해 왔다. 1998년 수소연료전지 연구 개발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양산 등 성과를 이뤄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를 출범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의 양산차인 신형 넥쏘 디 올 뉴 넥쏘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번 신형 넥쏘는 지난 2018년 3월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형 수소전기차다.

당시 현대차의 부스는 수소 사업 전략이 위주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장재훈 부회장까지 수소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현대차그룹의 수소에 대한 관심은 크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수소 전기차를 출시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미션을 갖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수소는) 미래 세대에 아주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우리 환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CEO가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03.

또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 ‘글로벌 수소 생태계 서밋 2025’에서 인도네시아 정부 및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 홀딩스와 함께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해외 지역에서 유기성 폐기물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첫 실증 사업이다.

울산에는 수소연료전지 공장도 신설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일 울산시와 ‘수소연료전지 공장 신설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설되는 수소연료전지 공장은 스택 제조 등 화학 공정과 시스템 제조 등 조립 공정을 통합한 ‘원팩토리(One Factory)’ 형태로 구축된다. 올해 상반기 중 착공이 예정돼 있다. 지난 3월에는 일본과 수소협력 네트워크를 구축, 수소기술 국제 표준화와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 공동개발에도 나섰다. 

이 외에도 지난해 6월에는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인수해 연구개발과 생산을 통합하면서 효율성을 높였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 전기차의 차량 가격, 연비 등 시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차는 연구개발과 생산으로 이원화돼 있던 기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통합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네시아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자간 협력을 본격화한다.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5.04.16.

현대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원 등과 함께 국내 최초로 원자력 전력과 연계한 하루 4톤 이상 생산 가능한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며, 충주에선 음식물 쓰레기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수소를 만드는 자원순환형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대만과 우즈베키스탄 등에 수소전기트램과 수소 인프라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글로벌 수소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사장은 자신이 총괄하는 기획조정담당 산하에 수소에너지 컨트롤타워를 새로 구축했고,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정관 사업 목적에 수소 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장 부회장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소 생태계 리더십을 위해 그룹사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과 상용차 확대 등을 통해 수소사업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천지일보 고양=정다준 기자]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31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열린 수소에 대한 신념과 비전 공유의 장 ‘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0.31.

◆“한국 최대 과제는 인프라 구축”

한편 경제성과 안전성, 수요 문제 등 수소 산업의 활성화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업계에선 국내 수소 생산 역량 강화, 보조금·연료비 지원 등 수소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가장 큰 숙제로 인프라와 유통망을 꼽았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술적으로는 이미 충분하지만, 수소가 아무리 넉넉하고 보조금을 지원해도 인프라와 유통망이 부족해 오랜 개발 기간에 비해 상용화가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인프라는 사기업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청정에너지라는 이미지로 인프라나 유통망에 대한 논의 없이 청정 수소만 강조하다보니 보급이 더욱 어렵다”며 “수소 산업 자체를 활성화려면 청정·비청정을 떠나서 접근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 청정수소로의 전환은 그 이후의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같이 뒤죽박죽인 상황은 미국의 수소경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가 부족해 생긴 오류”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생산과 수소충전소 1200개 구축을 목표로 세우고, 동해·삼척과 포항 등지를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했다. 특히 포항은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고, 안산·울산 등 12개 지자체는 수소도시 사업을 통해 생산부터 소비까지 수소 인프라 확충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