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in] 채권, 외환 시장서 ‘셀 아메리카’… 트럼프 관세 정책 불안 여전
트럼프, 전자기기 관세 예외 부인… “반도체와 함께 공급망 조사” 10년물국채 50bp 폭등·달러인덱스 100선 붕괴.금 3200달러 돌파
[천지일보=방은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채권 시장, 외환 시장에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셀 아메리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반도체, 전자 기기 등 국가 안보 관련 품목은 관세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금요일(11일)에 관세 ‘예외’가 발표된 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1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가 반도체, 스마트폰, 노트북, 모니터 등 전자기기를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우릴 상대로 사용했던 불공정한 무역수지, 비금전적 관세 장벽에 대해 누구도 ‘면죄부’를 받지 못했다”며 “특히 우릴 가장 심하게 대하는 중국은 더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품목들엔 기존 20% 펜타닐 관세가 적용되며, 다른 관세 ‘버킷’으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는 다가오는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 반도체와 전체 전자 공급망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자기기에는 지난 2월과 3월 중국에 부과한 20% 관세가 적용되며, 향후 반도체와 함께 품목 관세로 전자기기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이날 ABC 방송의 ‘디스 위크(This Week)’와의 인터뷰에서 “전자기기 관세 예외 조치는 일시적”이라며 “한두 달 안에 스마트폰, 컴퓨터 및 기타 전자 제품에 대한 ‘특별 집중 유형의 관세’를 제정할 것이며, 반도체와 제약을 겨냥한 부문별 관세도 함께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관세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들이며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각국이 협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 데 이어 반도체 등을 면제하는 등 관세 정책을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반도체 등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에는 상호관세와 별개로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 당국자들은 이 같은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이미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행정명령에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부품,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특정 핵심광물, 에너지와 에너지 제품은 상호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이런 품목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이미 25% 관세를 부과했거나, 현재 232조 관세 조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할 품목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32조를 활용해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현재 구리와 목재에 대해 232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채권 시장, 외환 시장에서 셀 아메리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채권 시장부터 보면, 지난주 내내 국채 투매가 이어졌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1일에 10bp 오르면서 지난주에만 50bp 가까이 폭등했다. 이는 약 24년 만에 최대 주간 상승폭이다. 또 2년물 금리도 12bp 올라 지난 한 주동안 30bp 넘게 뛰었다. 달러인덱스도 결국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두 달만에 10% 떨어진 것으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금값도 연일 뛰어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값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 선물은 2% 넘게 뛰면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200달러를 돌파했다. 일반적으로 관세가 인상되면 국채 가격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지만, 관세 전쟁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지고, 재정적자도 커지게 됨으로써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국채와 달러에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어 혼선만 키우고 경제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NBC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서 “지금 우리는 결정을 내리는 시점에 있다”며 “미국이 관세의 결과로 경기 침체에 빠지거나 더 나쁜 상황에 빠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파리드 자카리아 GPS’에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정책을 통해 자초한 최악의 상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것은 경쟁력과 실업률, 인플레이션 등을 악화시킨다”며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사람들이 이치를 깨닫기 시작하고 이러한 오류를 되돌리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