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화 여행(한국편)] 자청비와 문도령의 사랑(하편)
글 신현배
이튿날 날이 밝자 자청비는 정수남을 데리고 굴미굴산으로 갔다. 험한 산길을 오르니 어느새 점심때가 되었다. 자청비와 정수남은 떨어져 앉아 떡을 먹었다. 자청비는 짜디짠 떡을 먹고 나니 목이 말랐다. 그래서 물을 마시려고 샘을 찾으니 냇물 건너편에 있었다.
자청비는 냇물을 건너려고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속옷 차림으로 냇물을 건너 샘에서 물을 마셨다. 그런데 다시 냇물을 건너와 보니 겉옷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옷이 어디 갔지?’
자청비는 당황하여 겉옷을 찾는데 정수남이 불쑥 나타나 말했다.
“아가씨, 문도령은 오지 않아요. 저하고 단둘이 이 곳에서 삽시다.”
정수남은 자청비의 겉옷을 들고 있었다. 그제야 자청비는 정수남에게 속은 것을 알았다. 겁이 덜컥 났다. 정수남에게 섣불리 반항하면 그의 손에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자청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수남아, 겉옷을 다오. 이곳에서 같이 살려면 집이 있어야 하니 날이 저물기 전에 움막이나 짓자.”
정수남은 좋아라 하며 겉옷을 내놓았다. 자청비는 겉옷을 입고 나서 정수남과 움막 한 채를 지었다. 그러는 사이 해는 서산마루에 걸렸다. 정수남은 머리가 가려워 손으로 북북 긁고 있었다. 자청비는 이것을 보고 정수남에게 손짓했다.
“정수남아, 이리 오너라. 내 무릎을 베고 누우렴. 네 머리에 있는 이를 잡아 줄게.”
정수남은 얼른 달려와 자청비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자청비가 머리를 만져 주자, 그는 기분이 좋아 입을 벌리고 잠이 들었다. 자청비는 정수남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이놈을 살려 두면 안 되겠지? 괴롭힘을 당하다가 내가 죽을 거야. 그러니 이번 기회에 죽여 버리자.’
자청비는 이런 생각을 하고 싸리나무 꼬챙이로 정수남의 왼쪽 귀를 찔렀다. 싸리나무 꼬챙이는 오른쪽 귀로 나왔는데, 정수남은 소리 없이 죽어 버렸다.
자청비는 혼자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정수남을 죽인 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펄쩍 뛰었다.
“내가 아끼는 하인을 죽여? 너는 시집가면 남이나 마찬가지지만 하인은 우리를 평생 먹여 살린다는 것을 모르느냐?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
자청비는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녀는 남자 옷으로 갈아입고 서천꽃밭으로 향했다. 서천꽃밭에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 환생꽃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서천꽃밭에서 환생꽃을 구해 정수남을 살린다면 부모님이 자기를 받아 주리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자청비는 서천꽃밭 근처에 갔다가 이런 소문을 들었다. 서천꽃밭 꽃감관 황세곤간은 밤마다 부엉이가 날아들어 꽃밭의 꽃을 쪼아 먹는 통에 골치를 썩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로 들어선 자청비는 아이들 셋이서 다투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부엉이 한 마리를 잡아 놓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자청비는 아이들에게 돈 몇 푼씩을 쥐어 주고 부엉이를 샀다. 그러고는 그 부엉이를 화살에 꿰어 서천꽃밭 꽃감관 황세곤간의 집 마당에 던져 놓고 대문을 두드렸다.
이윽고 황세곤간이 나오자 자청비가 말했다.
“저는 지나가는 길손인데 날아가는 부엉이를 활로 쏘아 맞혔습니다. 부엉이가 이 집 마당에 떨어지길래 화살이나 찾으러 왔습니다.”
황세곤간은 마당에 떨어져 있는 부엉이를 보고 반색을 하며 말했다.
“마침 잘 오셨소이다. 우리 집 꽃밭에 날아드는 부엉이 좀 잡아 주시오.”
“그러지요.”
이리하여 자청비는 황세곤간의 집에 묵게 되었다.
그 날 밤, 자청비는 마당으로 나와 이렇게 중얼거렸다.
“정수남아, 정수남아! 네 혼령이 부엉이로 변하여 내 품에 안겨라.”
그러자 어디선가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와 자청비의 품에 안겼다. 자청비는 부엉이의 다리를 잡더니 화살을 찔러 꽃밭으로 던졌다.
다음 날 아침, 황세곤간은 기쁜 얼굴로 찾아와서 말했다.
“간밤에 부엉이를 잡아 주어 정말 고맙소. 소원이 있으면 말씀해 보시오. 무엇이든 다 들어 주리다.”
자청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이 꽃밭에 사람을 살리는 환생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꽃을 주신다면 기쁘게 받겠습니다.”
“알겠소. 꽃을 꺾어다 드리리다.”
잠시 뒤, 황세곤간은 꽃밭에서 몇 송이의 꽃을 꺾어 왔다. 그것은 뼈가 살아나는 뼈살이꽃, 살이 살아나는 살살이꽃, 피가 살아나는 피살이꽃, 혼이 살아나는 혼살이꽃, 숨이 살아나는 숨살이꽃이었다. 자청비는 꽃들을 챙겨 들고 굴미굴산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정수남의 시신을 찾아내 꽃들을 뿌리자, 정수남이 살아나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했다.
“아함, 잘 잤다. 아가씨, 그만 집으로 가죠.”
자청비는 정수남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깜짝 놀란 부모님은 오히려 성을 냈다.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해? 이제는 요망을 부리는구나. 너를 이 집에 두었다가는 집안이 망하겠다.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
자청비는 또다시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아, 이제는 어디로 가지?’
자청비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자청비는 주막을 발견했다. 주막에서는 베틀 소리가 들려왔다. 주막 주인은 머리가 하얀 할머니였다.
자청비는 할머니에게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고 할머니가 부엌으로 간 사이 베틀에 앉아 비단을 짰다. 할머니는 자청비가 짠 비단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평생 비단을 짠 나보다 낫네. 어디 갈 데가 없으면 나와 같이 살지 않겠나?”
할머니는 자청비를 수양딸로 삼았다. 자청비는 주막 일을 거들며 할머니를 도와 비단을 짰다.
할머니는 비단을 내다 팔지 않았다. 열심히 비단을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 둘 뿐이었다. 자청비가 그 이유를 묻자 할머니가 대답했다.
“이 비단들은 하늘나라 옥황궁에 가져갈 거야. 문왕성 문도령이 서수대왕의 따님과 결혼할 때 쓸 비단이거든.”
“뭐, 뭐라고요?”
자청비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문도령이 아직도 하늘나라에 있구나. 그런데 나한테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다니. 아마 나를 잊어버렸나 봐. 무정한 양반 같으니.’
자청비는 눈물을 흘리며 비단 끝에 ‘가련하다 자청비’라고 새겨 넣었다.
비단이 모두 만들어지자 할머니는 비단을 짊어지고 옥황궁으로 올라갔다.
비단을 살펴보던 문도령은 비단 끝에 수놓인 글씨를 보고 눈을 치켜떴다.
“할머니, 이 비단은 누가 짠 비단이죠?”
“제 수양딸이 짠 비단이에요. 자청비라고….”
“그래요? 그럼 자청비에게 꼭 전해 주세요. 오늘 밤에 내가 만나러 가겠다고요.”
그날 밤, 문도령은 정말 자청비를 찾아왔다. 이 때 자청비는 자기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창가에 그림자가 어른거리자 자청비가 물었다.
“거기 누구요?”
“나는 옥황궁에서 온 문도령이요. 문을 열어 주시오.”
자청비는 눈물이 나도록 반가 웠지만 문득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진짜 문도령이면 창구멍으로 손가락을 내밀어 보세요.”
문도령은 자청비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자청비는 짓궂게도 바늘로 문도령의 손가락을 콕 찔렀다.
“아얏!”
문도령은 마음이 언짢았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하늘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할머니는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자청비를 꾸짖었다.
“너는 왜 하는 일이 그 모양이니? 그러니까 집에서 쫓겨났지. 너 같은 아이는 필요 없으니 이 집에서 나가라.”
자청비는 할머니 집에서도 내쫓기고 말았다.
자청비는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다. 승복을 입고 목탁을 손에 쥔 채, 이 마을 저 마을로 시주를 얻으러 다녔다.
하루는 어느 마을로 들어섰다가 냇가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처녀들을 보았다. 하늘나라 옥황궁의 궁녀들이었다.
“아니, 무슨 일로 서럽게 울고 계십니까?”
자청비가 묻자 한 궁녀가 대답했다.
“저희들은 하늘나라 옥황궁에서 문도령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문도령은 주청당에서 공부하고 돌아올 때 자청비와 함께 목욕했던 곳의 물을 떠 오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곳을 찾지 못해 이렇게 울고 있는 겁니다.”
“궁녀님들, 문도령과 자청비가 목욕했던 곳을 알려 드리면 저를 하늘나라 옥황궁에 데려다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지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
“제가 바로 자청비입니다.”
자청비는 궁녀들이 물을 뜨게 도와주고, 궁녀들을 따라 줄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자청비는 궁녀들에게 문도령의 집을 물어 그 집을 찾아갔다. 집 앞에는 큰 팽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자청비는 나무 위에 올라갔다.
날이 저물자 보름달이 떠올랐다. 이 때 문도령이 마당으로 나와 보름달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
‘저 달이 제아무리 고와도 자청비만큼 고우랴.’
자청비가 이 노래를 듣고 따라서 노래를 불렀다.
‘저 달이 제아무리 훤해도 문도령만큼 훤하랴.’
문도령은 깜짝 놀라 나무 위를 올려다보았다. 자청비가 나뭇가지에 앉아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청비!”
“도령님!”
자청비는 나무에서 내려와 문도령의 품에 안겼다.
자청비와 문도령은 밤새도록 사랑을 나누었다. 두 사람은 이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문도령이 아버지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서수대왕 딸과의 결혼을 포기하고 자청비에게 장가들겠다고.
이튿날, 문도령은 부모님을 찾아가서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수수께끼를 낼 테니 대답해 보세요.”
“그래.”
“새 옷이 따뜻한가요, 묵은 옷이 따뜻한가요?”
“그야 묵은 옷이 따뜻하지.”
“새 사람이 좋나요, 묵은 사람이 좋나요?”
“묵은 사람이 좋지.”
“아버지 어머니! 저는 새 사람인 서수대왕 따님과 결혼하지 않고 묵은 사람인 자청비와 결혼하겠습니다.”
문도령은 부모님에게 자청비와의 사랑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아버지 문곡성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아무나 며느리로 들이지 않는다. 우리 집안의 며느리가 되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해. 땅을 쉰 자 파고 숯 쉰 섬을 묻어 불을 피운 다음, 그 위에 작두를 세워 놓고 맨발로 걸어가야 한다.”
자청비는 어려운 시험을 피해 가지 않았다. 문도령과 결혼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로 맨발로 작두 위에 올라섰다. 자청비는 한 발짝 두 발짝 날카로운 칼날 위를 걸어갔다. 마침내 작두를 다 건너 땅에 내려서자 문도령의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다. 며느리감으로 충분하구나.”
부모님의 허락을 받자, 문도령은 자청비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자청비와 문도령은 마침내 혼례를 올려 부부가 되었다. 결혼 생활은 행복했다. 두 사람은 날마다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하늘나라에는 두 사람의 행복을 시기하는 악당들이 있었다. 이들은 문도령을 죽이고 아름다운 자청비를 차지하려고 음모를 꾸몄다. 이들은 애꾸눈 노파를 시켜 문도령에게 독이 든 술을 마시게 했다. 그리하여 문도령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악당들은 그 다음에 자청비를 노렸다. 자청비를 납치하려고 문도령의 집으로 갔는데, 이들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방 안에서 문도령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문도령이 살아 있구나.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악당은 겁에 질려 우르르 달아났다.
자청비는 이들이 쳐들어올 줄 알고 문도령의 시신이 있는 방에 매미를 잡아넣었다. 악당들은 매미소리를 코고는 소리로 잘못 들은 것이다.
자청비는 서천꽃밭에 가서 환생꽃을 얻어와 문도령을 살려냈다.
어느 날, 하늘나라에 난리가 났다. 적군 3만 명이 쳐들어온 것이다.
옥황상제는 문도령을 장군으로 임명해 적군과 맞서 싸우게 했다. 그러나 자청비는 문도령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방님은 집에 계십시오. 제가 대신 나가 적군을 무찌르겠습니다.”
자청비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서천꽃밭에 가서 멸망꽃을 얻어왔다. 멸망꽃은 같은 편끼리 서로 싸우게 하는 꽃이었다. 전쟁터로 나간 자청비는 적군들의 진영에 멸망꽃을 뿌렸다. 그러자 적군들은 저희들끼리 싸우다가 모두 다 죽고 말았다.
자청비가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자 옥황상제 천지왕은 크게 기뻐했다.
“장하다. 그대가 이 나라를 구했으니 세상의 절반을 상으로 주마.”
그러나 자청비는 고개를 저었다.
“싫습니다. 저한테 주시겠다면 여러 가지 곡식 씨앗이나 주십시오.”
자청비는 천지왕에게 곡식 씨앗을 얻어 가지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갔다. 고향집을 찾아가자 정수남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자청비의 부모님이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다. 자청비는 정수남을 데리고 다니며 세상 사람들에게 곡식 씨앗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풍년이 들게 했다. 그 뒤 자청비와 문도령과 정수남은 농경신이 되어 세상 사람들이 농사를 잘 짓도록 도와주었다.
<신화 이야기 해설>
‘자청비와 문도령의 사랑’은 제주도의 무속 신화인 <세경본풀이>다. <세경본풀이>는 제주도의 여러 본풀이 가운데 하나로 농사를 주관하는 세경, 즉 농경신의 내력을 전해 주는 신화다.
세경신은 문도령・자청비・정수남 등 셋이다. 문도령이 상세경, 자청비가 중세경, 정수남이 하세경이다. 이들이 농경신이 되어 세상 사람들이 농사를 잘 짓도록 도와준다.
문도령은 하늘나라 옥황궁 아홉 별 가운데 하나인 문곡성의 아들로 기후를 주관한다. 그리고 주년국 김진국 대감의 딸인 자청비는 땅과 씨앗을 주관하며, 김진국 대감 집 하녀 정술데기의 아들인 정수남은 세상 사람들이 기르는 가축을 돌보는 축산신 역할을 한다.
<세경본풀이>는 농경신의 내력을 풀이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자청비다. 그녀는 진취적인 자세로 씩씩하게 자신의 운명을 헤쳐 나간다. 첫눈에 반한 문도령과 같이 지내려고 남장을 하고 3년의 세월을 보내는가 하면 문도령을 찾아 머나먼 하늘길로 떠난다. 또한 문도령 아버지 문곡성이 내는 어려운 며느리 시험도 피해 가지 않는다. 문도령과 결혼하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로 맨발로 작두 위에 오른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나라에 난리가 나서 적군 3만 명이 쳐들어왔을 때는 남편 대신 전쟁터에 나가 적군을 무찌른다.
이렇듯 자청비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참으로 남성적이고 영웅적인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자청비에게 여성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청비는 일편단심 문도령을 끝까지 사랑하며 산속에서 길을 잃고 주막 할머니의 수양딸이 되었을 때는 할머니를 도와 비단을 짠다. 이런 모습을 보면 자청비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함께 가진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문도령은 남성으로서 많이 모자라 보인다. 하늘나라 옥황궁 문곡성의 아들이라는 점을 빼면 내세울 것이 없고 능력도 부족하다. 문도령은 남장을 한 자청비와 같이 지낼 때 공부, 활쏘기, 오줌 멀리 누기 등 모든 시합에서 자청비에게 뒤진다. 그리고 신의도 없어 하늘나라로 떠난 뒤에는 자청비에게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는다. 이렇듯 무능하고 무정한 남자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사랑한 것은 자청비다. 그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사랑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