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김영배 이사장 “소아암 환자에게 가발은 자존감‧희망”… 35년 ‘사람 중심’ 봉사의 길

“아버지로부터 나눔 DNA 물려받아 봉사하면 행복해요” 머리카락 나눔‧새활용 컴퓨터 도서관‧아이엠마더 진행 “봉사는 관심”… 따듯한 철학으로 나눔의 가치 일깨워

2025-04-02     유영선 기자
본지와의 인터뷰 중인 김영배 이사장. 그는 “사회공헌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다양한 공익사업을 통해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5.04.01.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봉사는 관심입니다. 아버지에게서 ‘나눔 DNA’를 물려받아 그런지, 저는 봉사하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35년간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천해온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김영배(57) 이사장의 말에는 ‘나눔’이라는 키워드가 삶 깊숙이 배어 있었다. 그가 이끄는 재단은 ‘어머나 운동(어린이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을 비롯해 ‘새활용 컴퓨터 도서관 조성’ ‘10분 생수 캠페인’ ‘착한벤치 어벤저스’ 등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눔 문화 확산과 사회적 약자 지원이라는 철학은 곧 김 이사장의 삶의 원칙이자, 재단의 정체성이다.

◆ “소아암 환아 위한 25cm의 희망” 어머나 운동

김 이사장의 삶은 처음부터 나눔과 함께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주변을 돕고 나누는 모습을 보며 자라, 나누는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나눔은 선택이 아닌 일상이었다.

경영학, 경제학, 금속재료공학을 학부에서 공부한 그는 이후 평생교육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길을 걸어왔다. 1985년 무더운 여름, 선풍기 바람을 오래 쐬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반복되자 그는 원인을 분석했고, ‘자연풍’ 기능을 발명해 바람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이 기술은 발명대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고, ‘사람 중심’ 가치를 추구하는 그의 문제 해결 방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단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어머나 운동’은 어린이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캠페인이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은 아이들에게 천연 소재의 맞춤형 가발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아이들에게 자존감과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가발은 단순한 머리카락이 아니라, 아이가 다시 웃고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존재입니다. 어떤 아이는 가발을 쓰고 처음으로 외출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큰 힘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19만여명이 이 운동에 참여했으며, 매달 약 5000명이 25cm 이상의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있다. 가발은 재능기부 공장에서 제작되며, 항균·멸균 과정을 거쳐 위생적인 상태로 완성된다. 수많은 손길이 모여 만들어지는 이 과정 자체가 큰 감동을 준다.

본지와의 인터뷰 중인 김영배 이사장. 그는 “디지털 격차 해소는 필수 과제”라며, 폐기될 컴퓨터를 개발도상국 청소년들의 학습 도구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통해 교육 기회 확대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5.04.01.

◆ “디지털 격차 해소” 새활용 컴퓨터 도서관

김 이사장은 디지털 소외 지역에 대한 지원도 놓치지 않는다. ‘새활용(Upcycling) 컴퓨터 도서관 조성’ 프로젝트는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사용을 마친 컴퓨터를 기부받아, 이를 탄자니아·몽골·스리랑카 등 개발도상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학습 도구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단순히 기기를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역 실정에 맞는 디지털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버려질 뻔한 자원이 교육 기회로 다시 태어나면서 환경 보호도 실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도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글로벌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 중인 김영배 이사장. 그는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든다”며 헌혈 장려 캠페인과 공공벤치 설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일상 속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5.04.01.

◆“헌혈로 생명을” 헌혈증 기부와 착한벤치

‘10분 생수 캠페인’은 재단의 또 다른 대표 활동이다. “단 10분의 헌혈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선물하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지금까지 약 2000건 이상의 헌혈증을 기부받아, 실제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헌혈을 단순한 기부가 아닌 ‘생명 나눔’으로 인식한다. 재단은 헌혈자에게 기부증서를 제공하고,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캠페인 확산에 힘쓰고 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활동은 ‘착한벤치 어벤저스’다. 이는 공공장소에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벤치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배려 공간으로 디자인돼 있다.

“벤치에는 QR코드를 부착해 기부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기능도 함께 넣고 있습니다. 나눔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작지만 확실한 실천은 공공 캠페인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 중인 김영배 이사장. 그는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이 중요하다”며 기업과 협력해 환경 보호, 육아 지원 등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5.04.01.

◆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함께 만드는 세상

김 이사장은 일회성 기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시티 개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빨간 북극곰 캠페인’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기업과 개인이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독려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 보호 활동을 함께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엠마더 프로젝트’를 통해 육아 물품을 지원하고, 엄마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활동도 병행 중이다. 실질적 지원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이 이끌어가는 변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영배 이사장의 따뜻한 철학과 실천은 많은 이들에게 나눔의 기쁨과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사람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