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탄핵 규탄” vs “우리 목소리 아니다”... 정치 이슈에 갈라진 감리교단
탄핵 반대 목회자 단체 시국선언에 교단 지도부 “감리회 명칭 이용말라” 경고 교단 지도부, 목회자 단체 정치적 행보에 강력 반발... 감리교 이미지 훼손 우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입장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교단 내 일부 목회자들의 ‘사기 탄핵 규탄’ 성명이 교단 전체의 목소리인지를 두고 반발이 이어지며 감리교계 내 정치적 노선 차이가 표면화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감거협)’ 소속 목회자 10여명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국선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들은 “내란 음모조작과 삼권 분립을 무너뜨린 사기 탄핵을 규탄한다”며 “계엄 전까지 거대 야당은 일방적인 횡포로 국정을 마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헌재를 향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규탄하는 2030 세대를 비롯해 매일 거리에서 눈물로 나라를 지키려는 절대다수 국민의 염원을 수용하여 기각하라”고 요구했다.
TV조선이 감거협의 기자회견을 “감리회, 선고 앞둔 헌재 강력 경고”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자 김정석 감독회장을 비롯한 기감 지도부는 이를 ‘개인 의견’으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기감은 TV조선에 보낸 항의 공문을 통해 “해당 보도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마치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를 향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본 교단은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발표한 바 없으며 보도된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감거협에 대해서도 “개인의 신념을 표현하시더라도 감리회의 공식 명칭이나 권위를 이용하는 일은 삼가해 달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국내외 12개 연회 감독들로 구성된 기감 감독회의는 “감독회의는 향후 귀 단체의 활동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하고 공정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감거협은 시국선언에서 감신대 종교철학 강사가 수업 중 “내가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면 윤 대통령 목을 따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감거협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대통령 살해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런 발언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교단 내에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발언이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한 무장간첩 김신조가 ‘박정희 대통령 목을 따러 왔다’고 한 발언과 다를 바 없는 위험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감 지도부는 “해당 내용이 현재의 정치 상황과 연결돼 보도되면서 교단과 소속 교육기관의 이미지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기감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논란이 확대되는 것 자체가 교단에 부정적”이라며 “정치적 발언은 개인 자격으로 해야 하며 교단이나 학교의 이름을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계 관계자는 “감리교 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교단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교회가 특정 정치적 입장에 치우치는 모습은 신도들의 신앙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