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삼켜진 경북 북부… “숨조차 어렵다”

안동시 전역 초유의 대피령 불길·연기·통신장애 ‘3중고’

2025-03-26     이우혁 기자
[천지일보 안동=장덕수 기자]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산불이 안동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경북 안동시 경국대(안동대)에서 바라본 대형 산불. ⓒ천지일보 2025.03.25.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앞이 안 보여요. 마스크를 써도 숨이 막혀요.”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나흘째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 지역이 연기와 불길에 포위됐다. 26일 안동시 전역에 사상 최초로 대피령이 내려졌고, 청송·영양·영덕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교통 통제와 통신 장애까지 겹쳐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주민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안동시는 전날 오후 3시 31분 풍천면 어담리와 금계리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 문자를 발송한 데 이어, 오후 5시에는 시 전역에 걸쳐 전 시민 대피령을 내렸다. 갑작스러운 재난문자에 놀란 주민들이 가족의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가 폭주하면서 통신 장애까지 빚어졌다.

퇴근 시간 이전부터 주요 도로는 귀가를 서두르는 시민들의 차량으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시내 학원가도 일찌감치 수업을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안동시는 일부 지역에서 전기와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며 시민들에게 엘리베이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안내했다.

정하동의 한 직장인은 “회사 뒤 산에서 넘어오는 연기가 점점 짙어져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데리러 급히 부모님께 연락했다”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용상동의 자영업자는 “바람이 세게 불면서 연기가 짙게 깔려 불안해 집으로 서둘러 돌아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안동=장덕수 기자]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안동으로 번진 산불이 경북 안동시 일직면 남안동 IC 인근에서 산을 불태우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25.

산불 확산으로 중앙선 철도와 국도 5호선, 35호선 등 주요 도로가 곳곳에서 통제됐고 주민들은 귀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의성에서 번진 산불은 이날 오후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까지 접근했다. 불길이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1㎞ 부근까지 다가오자 직원들은 긴급 대피를 준비 중이다. 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사찰 대전사도 승려들이 서둘러 피신했다.

청송군은 오후 5시 44분 전 주민에게 “산불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장소로 신속히 대피하라”는 긴급 안내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피소에는 주민들이 몰리면서 다른 곳으로 다시 이동하는 혼란도 벌어졌다. 또한,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는 수용자 2600명의 이감을 서두르고 있다.

불씨는 청송을 지나 영양군 석보면과 영덕군 지품면까지 확산됐다. 영양군은 석보면 주민들에게 영양읍 군민회관으로 긴급 대피를 안내했고, 영덕군은 지방도 911호선 지품면~석보면 구간의 교통 통제를 알렸다.

한편 산불의 진원지인 의성에서는 국가 보물인 천년고찰 고운사가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전소됐다. 의성군에서는 현재까지 1500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