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in] 미국·우크라 파국 봉합된 ‘30일 휴전안’… 러 반응 변수

美제안에 우크라·유럽 환영… 젤렌스키 “미국, 러 설득해야” 유럽, 우크라 안전보장 모임하지만 평화유지 확정 계획 없어

2025-03-12     방은 기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나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이 이끄는 양국 고위급 대표단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나 9시간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갖고 30일간의 휴전 방안 추진에 전격 합의했다. 사진은 사우디에서 미국-우크라이나 고위급 회담 (출처: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급 대표단이 11일(현지시간)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30일간 멈추는 방안에 공감하면서 서방 진영의 내부 균열을 낳았던 종전 논의 구도가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나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이 이끄는 양국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나 9시간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갖고 30일간의 휴전 방안 추진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그동안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의 대가로 미국이 요구해온 광물협정 역시 조기에 타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은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정보 공유 중단을 즉시 해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협상팀을 꾸려 우크라이나에 장기적 안보를 제공할 지속적 평화를 위한 협의를 즉각 시작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이런 구체적 제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파트너들이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대표단은 ‘30일 휴전안’을 우크라이나 측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러시아가 30일 휴전안에 동의하길 희망한다고 밝히며 금주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미국의 제안을 환영하며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으로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 파행’으로 터져 나온 미국·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전환됐다. 앞서 회동 파행 당시 표면화한 양국 간 갈등의 본질은 종전을 대하는 시각차와 관련이 깊다. 그간의 무기 지원을 보상하고 신속히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하는 미국과 지속적인 안보 보장을 해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차는 컸다. 이에 회동 파행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및 정보 공유 중단을 단행했고 우크라이나의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위기감을 느낀 우크라이나는 영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과 긴밀한 논의 끝에 단계적 평화 구상인 휴전을 대안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 반전으로 이제 러시아·우크라이나 30일 휴전 성사 여부는 러시아에게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단기 휴전안을 전황상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의 ‘시간벌기 전략’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 휴전이나 공중·해상 휴전 방안을 거론했을 당시 “최종 해결에 대한 확고한 합의가 필요하며 어떤 유예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30일 휴전안은 미국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수용을 바란다는 점에서 러시아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시한 30일 휴전안을 수용,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후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을 추진해온 유럽은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는 34개국 군 참모총장 및 군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에 관한 회의가 열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해 각국 군 참모총장들에게 “신뢰할 만한 안보 보장을 규정하기 위해 구상에서 계획으로 움직일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안보 계획에는 뚜렷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서방 및 우크라이나 당국자들도 군사 옵션에 대한 확정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합의된 휴전 또는 종전을 위반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어떻게 대응할지, 러시아의 공격이 있다면 군사적으로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이 명확히 뒷받침돼야 하는 부분이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지속해서 요구하는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주도의 평화유지군에 미군이 참여하는 문제에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