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찾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제2도약’ 위한 미래성장 전략 모색
현지 생산공장·유통매장·SW연구소 등 방문 UAE 두바이 방문해 중동·아프리카 사업 점검도 구광모 “차별화 통해 새로운 30년 위한 도약”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잠재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를 찾아 ‘제2의 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 전략 모색에 나섰다. 구광모 회장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시장이 아닌 이머징 마켓인 인도를 찾은 것은, 소비나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R&D)에서도 잠재력이 크고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 속에 중요도가 높아지는 인도에서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인도를 방문했다. 그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찾아 R&D, 생산, 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을 만났다.
먼저 구 회장은 뉴델리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의 변화 상황과 생산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갈 것인지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 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또 그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지속 가능한 1등이 될 방안을 준비하고 실현해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뉴델리의 LG브랜드샵, 릴라이언스 등 유통 매장도 방문해 현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살펴보며 차별적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또 LG 소프트 인도 법인이 벵갈루루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글로벌 R&D 거점인 인도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살피고 미래 R&D 전략을 구상했다. 특히 인도 정보기술(IT) 생태계의 강점과 풍부한 R&D 인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LG 측은 전했다.
인도 소프트웨어연구소는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가운데 베트남 R&D법인(차량용 소프트웨어(SW) 솔루션 등 개발)과 함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연구소에는 2000여명의 현지 개발자가 한국 본사의 가이드를 바탕으로 협업하며 웹OS(web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SW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996년 3월에 문을 연 이 연구소는 내년이면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구 회장은 연구원들과 만나 “가속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R&D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꼭 달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LG그룹에 따르면 인도 IT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다. 인도는 현재 SW 개발자 50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약 100만명의 공대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폭넓은 IT 인재 풀을 가지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R&D 거점으로 인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LG는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 LG화학(1996년), LG전자(1997년), LG에너지솔루션(2023년) 등 주요 계열사가 인도에 진출해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확고한 시장 지위를 구축해 왔다.
특히 LG전자는 인도 시장 기업공개(IPO)와 현지 공장 증설을 추진하며 인도 사업 확장과 시장 지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인도 일정을 마친 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이동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중장기 사업전략을 논의했다. 또 현지 가전 유통 전문 매장을 찾아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고 LG전자 제품의 판매 현황 및 경쟁력 등을 점검했다. LG는 1982년 두바이에 LG전자 지점을 설립한 후 현재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LG전자를 중심으로 판매, 생산, 서비스 등을 맡고 있는 12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지금부터 진입장벽을 쌓고, 이를 위한 핵심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