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in] 갈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3.1절 종교 지도자들이 외친 말은…
3.1절 106주년 종교계 메시지 국론 분열 속 사회 화해·통합 강조 “정치권, 군림 말고 혼란 수습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지금 우리나라에는 독립을 위해 하나로 뜻을 모았던 선열들의 정신이 필요하다.
3.1절 106주년을 맞아 진행된 종교계의 공식 행사와 종교 지도자들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모두 ‘통합’과 ‘화합’으로 모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국론 분열이 극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수 성균관장은 3.1절 당일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6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발표한 추념사에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국론 통일을 이루기 위함”이라며 “오늘날 나라가 이렇게까지 분열된 현실을 반성하고 모든 국민이 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겨 하나 된 마음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천도교 윤석산 교령 역시 “우리 사회는 106년 전 3.1운동의 정신을 잃어버린 채 분열된 상황”이라며 “후손된 우리는 선열들의 하나 된 정신을 받들고 이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천도교의 기념 행사에서도 ‘국민통합’이 강조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천도교중앙대교회당에서 열린 10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 대독을 한 이범창 종무원장은 “우리 국민 모두가 3.1운동의 위대한 정신을 올곧이 계승해 분열과 혼란의 시대를 마감하고 통합과 상생발전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고 당부했다.
특히 “이분법적 논리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대립을 조장하는 정치 지도자나 일부 광신적 종교인의 행태”를 지적하며 “종교, 이념을 넘어 하나로 뭉쳤던 민족대표 33인의 포용과 관용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 기각에 사활을 건 보수 개신교계는 3.1절을 맞아 역대 가장 견고하게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개최된 ‘3.1절 국가비상기도회’ 연단에서는 “대한민국을 살리고 국민을 통합하는 유일한 방법은 윤 대통령 심판을 각하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국민 통합과 관련해, 정치권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개신교계 메시지도 잇따랐다.
중도를 표방하는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최근 발표한 3.1운동 성명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남북의 분열도 가슴 아픈데,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의 대립, 지역과 계층, 세대와 남녀의 부조화로 갈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며 “이에 따른 책임은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그 가장 큰 책임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음을 지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와 법원, 검찰과 국회는 이기적 권력으로 군림하려 하지 말고 각각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이 혼란을 속히 수습하기를 바란다”며 “3.1운동 정신을 기억하며 협력해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것으로는 평화로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역시 “3.1 독립만세운동은 이념·종교·계층 구분 없이 온 국민이 하나 된 힘, 불굴의 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준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이었다”면서 “안타깝게도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적 양극화와 이념적 대립이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고 극심해지고 있다.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 되며 화합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