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in] 멈추지 않는 박해… 사하라 이남, 왜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 됐나
오픈도어, 기독교 박해 지수 분석 아프리카 15개 국가 폭력 점수 상승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내전 등 영향 수단, 내전으로 순위 5위로 치솟아 정치 불안에 차드도 상위권 진입 알제리, 政 규제로 교회 강제폐쇄 아프간·中 교회들 탄압 피해 지하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독교인이 거주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기독교인을 향한 폭력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수단은 내전이 격화되면서 박해가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기독교인에 대한 살해·성폭행 등 공격이 급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풀라니 무장세력과 지하디스트 단체의 공격이 계속되며 기독교인들에게 여전히 가장 위험한 국가로 지목됐다.
이러한 박해의 확산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활동과 내전으로 인한 불안정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프리카 대륙의 기독교인들은 심각한 폭력과 박해에 직면해 있으며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기독교박해감시단체 오픈도어는 2월호 오픈도어스를 통해 이러한 상황이 202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수단·차드, 내전 이후 기독교 박해 심화
최근 발표된 2025년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5개국의 폭력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수단은 내전으로 인해 기독교 박해 수준이 크게 악화됐다. 정부군과 민병대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기독교인들은 살해와 성폭행을 당하고 가옥과 사업체가 공격받는 사례가 급증했다.
2024년 기준 수단 인구 4900만명 중 770만명 이상이 집을 잃고 실향민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인들은 분쟁의 한가운데에 갇혀 포격과 약탈을 당하고 강제로 쫓겨나는 상황에 처했다. 폭력 사태가 심화되면서 수단은 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차드도 처음으로 박해 지수 상위 50위권(49위)에 진입했다. 2024년 선거 이후에도 정치적 긴장이 계속되면서 반기독교 폭력이 심화되고 있다. 군부가 강력한 법령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면서 시민사회는 정부에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차드의 주요 야당 지도자가 살해되며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차드 동부에서는 수단 내전을 피해 도망친 난민들이 몰려들면서 인도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을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보코하람 등이 살해, 납치, 강제 이주를 자행하며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고 직장에서 차별받으며 감시와 생명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일부는 외국 스파이로 몰려 재산을 빼앗기거나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독교인에 가장 위험한 나라 나이지리아
기독교인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나이지리아의 상황도 여전히 심각하다. 아프리카종교자유관측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나이지리아에서 살해된 민간인 3만 880명 중 절반 이상(2만 2360명)이 기독교인이었다.
지난해 나이지리아 북중부 지역에서는 풀라니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수백 명의 기독교인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성탄절에는 3000명 이상의 무장세력이 플래토주 38개 마을을 습격해 최소 295명의 기독교인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독교인과 마을 공동체가 계속해서 살해와 납치의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중부뿐 아니라 북부와 남부 지역에서도 공격이 확대되고 있으며 납치 사건도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심화하는 기독교 박해
기독교 박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신앙의 자유가 계속해서 제한되고 있으며, 극단주의 세력과 독재 정권의 탄압이 기독교인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교회가 점점 축소되고 교인들이 고립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알제리에서는 모든 개신교회가 강제 폐쇄된 상태다. 정부가 이슬람 외 타 종교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 알제리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기독교인의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기독교 공동체는 거의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가자지구에서는 최소 30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폭격으로 사망했고 대부분의 가옥이 파괴됐다. 많은 기독교 가정이 이미 해외로 떠났거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의 강력한 통제로 인해 교회가 지하로 숨어들었으며 신앙 관련 공격 사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에서도 기독교 탄압이 강화되고 있다. 한때 용인됐던 미등록 교회들이 불법으로 간주되면서 신앙의 자유가 더욱 제한됐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식 교회조차도 더욱 강한 사상적 압박을 받고 있으며 목회자들은 당국이 승인한 설교만 해야 한다. 아동 대상 종교 교육도 전면 금지됐다. 이러한 탄압 속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은 국가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하 가정교회로 모이고 있다.
오픈도어선교회는 “중국뿐만 아니라 여러 독재 국가에서 신앙의 자유가 점점 더 통제되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이 종교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점점 더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올해도 기독교 박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관심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하디스트 단체(Jihadist Group)란
‘지하드(Jihad)’를 수행한다고 주장하는 무장 단체를 뜻한다. 여기서 ‘지하드’는 이슬람에서 ‘성스러운 투쟁’을 의미하는데 원래는 신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나 도덕적·영적 수행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무장 극단주의 세력들이 이를 ‘성전(聖戰)’이라는 의미로 왜곡해 폭력과 테러를 정당화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즉 ‘지하디스트 단체’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내세워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는 무장 단체며 대표적인 조직으로는 알카에다(Al-Qaeda), 이슬람국가(ISIS), 보코하람(Boko Haram), 알샤바브(Al-Shabaab) 등이 있다. 이들은 종종 특정 지역에서 정부를 전복하고 자신들만의 ‘이슬람 국가’를 수립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테러, 납치, 학살 등의 공격을 감행한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보코하람과 알샤바브 같은 단체들이 기독교인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으며 정부군과 민간인들을 상대로도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