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탄핵 정국에 트럼프 재집권까지… 韓경제 ‘불확실성’ 더 커진다
올해 韓성장률 2%대… 탄핵 등 변수로 추가 하락 가능성도 트럼프 보편관세 부과 시 대미 수출 최대 13.1% 감소 전망 “외교적 대응 방안 시급… 보편관세 예외·차등 부과 필요”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새해 을사년(乙巳年)이 밝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살얼음판 위를 걸을 전망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대통령 탄핵 여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세계 자유무역 질서의 재편, 끝나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침체된 중국 경기 등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불확실한 요소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한 가운데 경제를 책임질 리더의 공백이 장기화한다면 새해에도 성장률 하락세가 이어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내외 경제 전망과 함께 국내 산업을 이끄는 13대 주력 산업의 전망까지 살펴봤다.
◆올해 韓과 세계 경제 전망
새해에도 국내외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약 3%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의 적극적인 그린 전환·인프라·과학기술 투자, 중국의 경기 회복세 등이 가시화될 경우 세계 경제는 4% 후반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지정학적 갈등 상수화, 신흥국 부채 및 중국의 부동산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기후 위기 등 리스크 확대 시 1% 미만 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 투자 위축, 낮은 총요소생산성 등 구조적 요인이 성장의 제약 요소로 꼽힌다.
올해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경제는 1% 후반 수준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는 1.6~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은 실질임금 상승이 소비를 견인하고 통화정책 완화로 인한 투자 확대 등으로 1% 초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내수 부진을 저가 수출로 일부 방어했으나 올해도 제조업 경기 부진과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며 4%대 중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인도는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 세계 최대 규모인 14억 6000만명에 달하는 인구를 바탕으로 올해 6.5~6.8%의 가파른 경제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 3.2%,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2%, 세계은행(World Bank) 2.7% 등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산업연)도 이들과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산업연은 최근 발표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는 인플레 안정세와 통화정책 완화 등이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지역 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2% 초반대 수준의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은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되겠지만,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소비와 설비투자가 완만히 회복되면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보다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1.9%)와 IMF가 최근 하향 조정한 전망치(2.0%)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 정국(탄핵에 따른 불확실성)이 반영되기 전 수치라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적 혼란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며 “탄핵과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7%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3대 주력산업 ‘도전과 기회’
올해 13대 주력산업의 수출과 내수, 생산, 수입 등은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13대 주력산업은 ▲자동차, 조선, 일반 기계(기계 산업군) ▲철강, 정유, 석유화학, 섬유(소재 산업군) ▲정보통신기기,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IT신산업군) 등이 꼽힌다.
산업연에 따르면 최고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에 힘입어 8.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정보통신기기(8.4%), 철강(5.0%), 바이오헬스(4.9%), 조선(4.1%), 디스플레이(2.5%) 등의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정유(-7.5%), 이차전지(-6.7%), 자동차(-2.7%), 섬유(-1.9%) 등 수출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압박과 보조금 축소 가능성은 국내 기업에 위협요인”이라면서도 “강력한 대중 수출·투자 통제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성장이 지체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은 기회요인”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는 주요국들의 반도체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7.9% 증가한 1872억 달러로 전망된다”며 “우리나라 또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수는 소비심리 개선과 신제품 출시로 대부분 산업에서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반도체(17.3%)와 정보통신기기(4.3%) 등 주요 IT산업의 내수는 증가 전환이 예상되며, 신약효과로 인한 바이오헬스(13.3%)의 고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차전지(-21.8%)는 전기차 생산 및 판매 위축으로, 철강(-2.1%)은 건설수요 회복 지연 영향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생산은 IT신산업군 중심으로 증가가 예상되며, 전통 산업은 제한적인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11.1%), 정보통신기기(5.6%), 바이오헬스(12.7%)는 수출과 내수 호조에 힘입어 생산을 확대겠지만, 자동차(-1.5%), 조선(-1.5%), 철강(-0.6%) 등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은 내수 회복이 예상되는 IT신산업군의 수입 확대 등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차 관련 수입 확대로 자동차 수입의 증가가 예상되며, 조선은 중국으로부터의 선박 수입과 LNG 운반선 건조 확대 영향으로 수입 증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車·반도체 대미 수출 타격 예상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이어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계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대로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최소 9.3%에서 최대 13.1%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보편관세는 모든 수입품에 특정 비율로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다.
산업연이 최근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대미 수출과 부가가치 효과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맞물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중심으로 한미 무역구조에 대한 조정 압력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수입 상대국에 10%,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 효과는 9.3%로 예상됐다. 만약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결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10%, 중국에는 60%, 한국을 포함한 그 외 국가들에 2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대미 수출은 13.1%까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국의 양대 수출 효자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의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최소 7.7%에서 최대 13.6%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반도체 수출은 최소 4.7%에서 최대 8.3%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분이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 인상에 따른 효과를 고려했을 때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반도체 보편관세 시 수입시장 축소로 인한 시장 규모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수출국 간 대체 효과는 크다”고 밝혔다.
산업연은 이처럼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한국 경제의 명목 부가가치도 0.34%(7조 9000억원)∼0.46%(10조 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자동차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이어 기계류와 전기·전자가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종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 75%로 세계 2위”라면서 “트럼프가 취임하면 한국 수출은 15% 정도 급감하면서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2.0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함에 따라 투자 및 무역수지 관리에서 외교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연은 “보편관세 부과는 한미 FTA 협정 제2장 제2절 제2.3조와 상충될 수 있어 이를 근거로 한 외교적 대응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관세 부과 제외 시 미국 내 생산비 및 물가 안정을 관세 부과의 대응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자국 유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반영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라 한국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경우, 같은 요인으로 타격을 받는 미국기업·주정부·의회·노동자들과 연계하면 미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