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반려가구 1000만 시대… 성장성 무궁무진 ‘펫 시장’ 뜬다

4가구 중 1가구 “반려동물 키운다” 2027년 산업시장 규모 15조원 전망 예방접종·케이지 등 출입 기준 안내 동반 여행 수요 늘자 관련 시설 확충 AI 기반 ‘펫테크’ 제품·서비스 봇물

2025-01-01     황해연 기자
반려동물.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1.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최근 2년간 혼자 자취하고 있는 이주영(가명, 20대, 여)씨는 점점 찾아오는 외로움에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심하고 강아지를 입양했다. 이씨는 “서울에 올라와 너무 조용한 집에서 혼자 있다 보니 외롭기도 했다”며 “강아지를 입양한 지 1년 가까이 됐는데 이제는 없으면 못 살 지경”이라고 말했다.

#2. 어릴 때부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다가 최근에 고양이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했다던 김준혁(30대, 남)씨는 “부모님이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얼굴 볼 때마다 ‘왜 데려왔냐’는 말을 했었는데 지금은 나보다 탱이(고양이 이름)를 더 좋아한다”며 “이제는 저보다 탱이를 더 반가워하는 듯하다”고 했다.

‘반려 가구 천만 시대’가 도래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펨족(Pet·반려동물+Family·가족)’이 늘어나면서 관련 제품군을 확대하거나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양육하는 가구 비율은 25.4%, 양육 인구는 1306만명에 달한다.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가 지난 2022년 8조원에서 연평균 14.5%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도 오는 2027년 국내 반려동물 연관 산업 시장 규모는 6조 55억원으로 지난 2019년(3조 2억원)의 2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5년부터 2027년까지 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0.1%라고 예측했다.

이에 사료, 의료 등 기본적인 반려동물용품에서 벗어나 유치원, 호텔, 보험 등 다양한 각도로 ‘펫코노미(Pet+Economy,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경제 활동)’ 산업은 나날이 발전 중이다.

모델들과 강아지들이 스타필드 하남 ‘펫파크’에서 미니 어질리티를 체험하고 있다. (제공: 신세계프라퍼티)

◆“같이 쇼핑하자”… 백화점·아웃렛 등 출입 허용 기준은?

펫펨족을 잡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화점, 아웃렛 등에서의 ‘반려동물 출입 허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허용되지 않았던 반려동물 출입이 반려 가구가 많아짐에 따라 가능하게 된 것이다.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백화점 4사는 식당가·카페·식품관·하늘정원 등 일부를 제외한 매장에서 예방접종이 완료된 반려동물의 입장을 허용하지만 펫모차·케이지를 사용해야 한다. 단, 체고 60㎝ 이상 또는 체중 20㎏ 이상의 대형견 및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맹견 5종과 그 혼합종 개는 출입이 어렵고 일부 브랜드의 경우 정책에 따라 출입이 불가할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국내 최초로 반려견 동반 쇼핑이 허용된 신세계 스타필드도 마찬가지로 예방접종이 완료된 반려동물에 한해 목줄 착용 또는 케이지 동반 시 출입이 가능하며 맹견은 불가하다.

김포공항점, 타임빌라스 등의 롯데몰은 케이지 또는 펫모차 지참 시 출입할 수 있으며 덮개 오픈이 가능하다. 의왕점·기흥점·파주점 등 아웃렛의 경우 실내 입장 조건은 롯데몰과 동일하지만 야외에서는 1.5m 이내의 리드줄을 착용해야 한다.

타임테라스도 쇼핑몰 내 ‘펫 프렌들리(Pet-Friendly)’ 서비스를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예방접종 완료, 케이지·유모차 이용 등의 규정은 다른 곳들과 동일하다. F&B 전 매장을 제외한 폴햄, 젝시믹스 등 패션 및 잡화 매장 70여개에 한해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반면 유아 고객 방문 장소 및 위험장소는 출입이 불가하다. 고객 체험 시설 및 휴게시설 등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안고 이동할 때만 이용이 가능하다.

시그니엘 부산의 반려동물 동반 가능 객실 모습. (제공: 시그니엘 부산)

◆‘동반 여행’ 인기… 호텔·리조트, 전용 객실 운영 등 사업 강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동반 여행도 늘면서 호텔·리조트들은 반려동물 동반 전용 객실 운영에 나섰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등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업계는 단순 동반 입장을 넘어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침대, 수영장, 배변 패드 등이 갖춰진 상품을 선보여 매출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냐고 묻는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지내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동반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져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들의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호텔·리조트들도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반려견을 키우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반려동물 동반 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아지와 동반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은 10명 중 7명 이상이다.

이에 일부 호텔·리조트들은 반려동물용품들이 전용으로 갖춰진 객실을 운영하고 야외에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조성해 운영하는 등 반려동물 동반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5년 정도 강아지 2마리를 키웠다던 김수아(가명, 30대, 여)씨는 “예전에는 마트나 백화점, 아웃렛뿐 아니라 여행이든 어딜 가도 강아지와 같이 가고 싶고, 데려오고 싶었는데 많은 곳에서 출입이 허용되고 ‘호캉스’도 같이 할 수 있게 되면서 늘 함께 다니고 있다”며 “확실히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를 가도 반려동물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보여 가끔은 신기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SK텔레콤의 AI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를 활용해 강아지의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하며 진료하고 있다. (제공: SKT)

◆이통3사 ‘신사업’으로 국내외 펫케어 시장 선점 나서

이동통신 3사는 ‘펫테크’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대 중인 펫케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펫테크는 반려동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돌보는 데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 기술에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된 형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호주를 시작으로 반려동물 최대 시장인 북미에 진출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개국에 인공지능(AI) 기반 반려동물 진단 보조 솔루션 ‘엑스칼리버(X Caliber)’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엑스칼리버는 AI가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짧은 시간 내 근골격계 질환 7종, 흉부 질환 10종, 복부 질환 16종, 심장 자동계측 등의 진단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수의사의 진료를 돕는 동물 의료 AI 서비스다.

KT는 반려동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펫케어’를 운영 중이다. 모바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고 반려인 맞춤형 보험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온라인 문진을 통해 반려동물 비대면 건강 리포트와 건강검진이 제공된다.

반려견용 스마트 기기도 선보였다. 반려견 디바이스팩은 KT의 사물인터넷(IoT) 통신 기능이 탑재돼 주기적으로 반려견 활동량을 기록하는 반려견용 스마트워치 ‘페보프로’, 데이터 기반 자동 급식기 ‘펫위즈’로 구성됐다. 반려견 건강 리포트 서비스 차원에서 반려견 의료비도 지원된다.

LG유플러스는 반려인 커뮤니티 플랫폼 ‘포동(ForDong)’을 선보였다. ▲반려견 성향 분석 검사 ‘DBTI’ ▲반려견 양육 고민에 대해 훈련 전문가가 댓글로 무료 상담해 주는 ‘고민 상담소’ ▲반려 가족의 일상 소통 ‘커뮤니티’ ▲반려견 양육 팁·시설 정보 등이 제공되는 ‘매거진’ ▲반려견 행동 교정을 위해 보호자와 훈련사를 매칭해 주는 ‘포동스쿨 훈련 클래스’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