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안됩니다’ 현수막 불허한 선관위… 이중잣대 논란 커지자 “게시 허용”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내용의 국민의힘 현수막 게시를 불허한 기존 결정을 뒤집고 게시를 허용했다.
선관위는 이날 전체 위원회의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부분이 단순한 정치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조국혁신당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에 게시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려 한 것에 대해서는 ‘불가하다’고 해 편파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선관위는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고, 이 대표를 국민이 야권의 대선 주자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된다’는 문구가 특정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게시를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탄핵 심판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내란 공범’이라는 현수막은 허용하고, 국민의힘 현수막을 불허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의 현수막 이중잣대는 편파적 결정”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관위가 이 대표를 위해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가 무슨 권한과 자격으로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사실상 기정 사실화하면서 조기 대선을 운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법문만 검토한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볼 땐 섣부른 결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관위는 “사회변화와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를 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전 120일(보궐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는 같은 내용의 현수막 게시가 불허될 수 있다고 선관위는 전했다.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입후보예정자의 성명이나 기호 등이 포함되는 현수막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해 선거일 전 120일부터 게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허용한 ‘내란 공범’ 문구와 관련해,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명시한 것은 명예 훼손으로 볼 수 있다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전국적으로 게시한 ‘내란 공범’ 현수막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