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2024 성탄 메시지] “분열·대립 조장 말고 화해·일치 이룰 때”

혼란의 시대 ‘화합’ ‘존중’ 강조 이웃 종교 佛조계종도 동참 훈훈

2024-12-23     임혜지 기자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성탄절을 앞두고 한국 개신교와 천주교계 지도자들이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도 각각 성탄절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조계종은 특히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 예수 그리스도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트리를 세우며 종교간 화합과 소통의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교계 지도자들은 올 성탄절 메시지에서 분열과 갈등을 끝내고 존중과 화합의 정신을 회복하자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따뜻한 존중으로 격동 헤쳐가길”   

천주교 정순택 대주교(서울대교구 교구장)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기 예수님의 성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며 “진정 우리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따뜻한 인간됨’이라는 것을 아기 예수님은 보여주신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사회가 비록 두려움과 불안 속에 빠져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질서를 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며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의 목소리는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함께 공동의 선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따뜻한 인간 존중의 자세’로 지혜롭게 이 격동을 헤쳐 나가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교총 신임 대표회장에 선출된 에장합동 총회장 김종혁 목사. (출처:한교총)

“국난의 시기 덕 세우는 데 힘쓰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는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국난의 시기에 좌고우면해 흔들리지 말고 말과 행동의 절제를 통해 덕을 세우는 데 힘쓰는 것”이라며 “모두가 정치적 문제에 집중할 때 생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과 병실과 거리에서 외로움에 울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 주자.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군인과 경찰관들을 격려하며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자”고 당부했다. 

정서영 목사. ⓒ천지일보DB

“예수님 정신으로 용서·대화 정치 회복”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온유와 겸손이다. 세상은 강함을 말할 때, 예수님은 우리에게 약함을 가르쳐주셨고 또 그 길을 따라오라 하셨다”며 “온유와 겸손의 본을 보이신 예수를 따라 대한민국이 화해와 용서의 나라가 되고, 대화와 협의의 정치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종생 목사.

“이 땅에 평화의 길은 예수님 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가장 가난하고 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의 오심이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있지만, 영광은 욕망의 사람들이 가로채고 평화대신 갈등과 반목, 배제와 혐오가 가득하다”며 “대림절은 교회가 성서로 돌아가는 절기다. 이 깨어진 세상에서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이루는 길은 아기 예수님 앞에 멈춰 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진우스님 (출처: 대한불교조계종)

“평화 전하기 위해 오신 아기예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성탄 메시지를 내고 “세상의 평화를 전하기 위해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예수님 오신 날을 맞아, 상처받은 모든 이들의 마음에 치유와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고 축하를 전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끊임없는 불안과 갈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어둠이 길어질수록 작은 빛이 더욱 소중해지듯이 자신 안에 있는 사랑과 자비의 빛을 밝혀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는 희망의 등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진스님. (출처: 태고종)

“예수님 사랑과 부처님 대자비, 하나의 진리”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온 누리에 사랑과 평화를 전하려 오신 아기예수의 탄생을 태고종 전 종도와 불자들과 함께 축하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예수님은 우리 사는 세상에 대립과 다툼을 종식하고 화합으로 하나되는 기적을 보이시려 우리 곁에 오셨다”며 “예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대자비는 하나의 진리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혼란스런 시기 예수님의 사랑으로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함께 고난을 헤친다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며 은혜가 가득한 성탄절이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