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심바 아빠’ 무파사로 돌아온 라이온 킹, 연말 감동 조준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야.”
전 세계의 인기를 끌었던 ‘라이온 킹’의 프리퀄 영화가 나왔다. 우리가 잘 알던 심바의 이야기가 아닌 심바의 아빠 ‘무파사’가 어떻게 왕이 될 수 있었는지를 담은 ‘무파사: 라이온 킹’이 18일 실사판으로 극장에 걸렸다.
우리의 기억 속 ‘라이온 킹’은 아기 사자 심바가 밀림의 왕으로 거듭나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 속 심바의 삼촌인 스카는 형제인 무파사를 제거하고 어린 조카를 쫓아내는 악역으로 나온다. 스카가 단순히 어린 심바를 몰아내고 왕의 자리를 욕심낸 삼촌인 것 같았지만 그 내막이 이번에 개봉된 ‘무파사: 라이온 킹’에 자세히 담겼다.
이번 작품은 디즈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30주년 기념작이다. 처음부터 왕의 혈통으로 태어났을 것 같은 무파사는 원래 평범한 엄마와 아빠를 둔 아기 사자였다. 하지만 가뭄 끝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엄마와 아빠를 잃게 된 무파사는 죽을 뻔한 위기를 겪지만 그를 도운 건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였던 ‘타카’였다.
하지만 타카의 아빠이자 사자 무리의 왕이었던 ‘오바시’는 무파사를 떠돌이라 치부했고 탐탁치 않아했으나 타카와 아내인 에셰의 요청으로 함께 지낸다. 다만 무파사의 위치는 숫사자들이 아닌 암사자들의 곁이었다. 오바시의 눈총에도 무파사는 타카와 함께 성장했으며 암사자들과 함께 자라면서 사냥 비법까지 터득한다.
오로지 ‘혈통’을 중요시한 오바시는 타카에게 그저 ‘왕의 혈통’만 중요하게 이야기할 뿐 실질적인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결국 자신들보다 덩치가 큰 백사자가 에셰를 공격하는 상황에서도 타카는 두려움에 떨며 자리를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그런 가운데 에셰를 구한 것은 찬밥 취급을 받던 무파사였다.
그럼에도 오바시는 백사자 키로스의 무리가 자신의 무리를 습격할 것을 알게 되자 왕의 혈통을 이은 타카를 살릴 생각에 무파사와 함께 무리에서 떠나도록 한다. 키로스의 공격을 피해 무파사와 타카는 꿈의 땅인 ‘밀레레’로 향하면서 암사자 ‘사라비’도 만나게 된다.
사실 ‘무파사: 라이온 킹’의 전개는 심바가 왕이 되는 과정을 그렸던 기존의 ‘라이온 킹’과 크게 변함이 없다. 다만 극을 이끄는 주체가 무파사와 타카이면서 사라비와의 삼각관계, 열등감에 휩싸였던 타카의 배신 등으로 살을 붙인다.
다만 디즈니는 이런 영웅 클리셰의 전개가 지루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를 개코원숭이 ‘라비키’로 설정하고 라비키가 심바의 아기 사자인 ‘키아라’에게 이야기해주는 형태로 전개된다. 그 가운데 티몬과 품바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처럼 여전히 30년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라이온 킹’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원작에서도 무파사의 입을 통해 “우린 다 위대한 생명의 순환 속에 연결돼 있어” “진정한 왕은 뭘 베풀까를 생각하지” 등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무파사: 라이온 킹’에서도 작은 존재였던 고아 사자에서 꿈의 땅 밀레레의 왕이 되는 무파사를 통해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상을 더욱 명확히 제시한다.
백사자 키로스와의 전투를 사자들의 싸움으로만 치부하는 것이 아닌 평화로운 밀레레에 살아가는 동물들을 위한 ‘생명의 순환’으로 끌어당기는 무파사의 리더십과 “왕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영화는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를 표현한다. 그리고 배신했던 타카를 ‘스카’로 개명시키면서도 품는 왕의 대인배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배리 젠킨스 감독은 “이 이야기를 통해 누구라도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런 잠재력에는 가족과 친구들 등 공동체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갖고 있는 디즈니는 실사 영화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라이온 킹’ 역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원작 그대로 살려 지난 2019년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다. 당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기억한 이들의 사랑으로 국내에서도 474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전 세계에서 16억 5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사 영화에 대한 단점은 여전히 갖고 있다. 동물을 실사화하면서 너무 생생하게 만들어냈던 나머지 표정이나 캐릭터를 구분하기 힘든 점, 동물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후기들이 당시에 줄이었다. 이번에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파사와 타카의 털 색을 조금 다르게 설정했고 악역인 키르시의 무리를 백사자로 설정하는 등의 노력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무파사, 타카, 사라비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조금 헷갈려 보인다는 점은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아쉬움은 남지만 추운 겨울 가족과 보내는 따뜻한 연말에 훈훈함을 얹을 영화다. 어린 시절 아기 사자 심바의 추억을 가진 어른들과 차세대 리더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감동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