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크리스마스에 진짜 예수님이 탄생하셨을까?”… 크리스마스, 종교적 기원에서 글로벌 축제로

종교적 필요와 역사적 맥락으로 결정된 12월 25일 성탄절 단순한 종교적 의례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 축제로 발전 트리 장식과 별 등에는 감사·희생·나눔의 정신 담겨있어 현대화된 크리스마스… 본래 의미가 희석됐다는 비판도

2024-12-18     원민음 기자
로맨틱 한강 크리스마스 마켓 조성 모습(제공=서울시)ⓒ천지일보 2024.12.15.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징글벨~ 징글벨~” “펠리스 나비다드~”

12월 초가 되면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과 각종 장식된 트리를 통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것을 성큼 느낄 수 있다. 예수님의 탄생일로만 알고 있던 크리스마스. 이 크리스마스는 어디서 출발했으며 현대에 와서는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크리스마스, 또는 성탄절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기념되는 축제 중 하나다. 이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며 시작됐다. 이후 수세기 동안 종교적, 문화적, 역사적 변화를 거쳐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기념되는 날이 됐다. 즉 크리스마스는 단지 신앙적 기념일이 아니라 가족, 사랑, 나눔의 의미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날로 변모한 셈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원: 종교적 기반과 초대 교회

크리스마스는 신약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탄생 사건에서 비롯됐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각각 예수의 탄생을 다른 관점에서 묘사한다. 마태복음에서는 동방박사들의 경배와 헤롯 왕의 박해를 강조하고, 누가복음에서는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전한 기쁜 소식과 예수가 베들레헴의 구유에 태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그러나 두 복음서 모두 정확한 탄생 날짜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며, 예수의 탄생일을 정하는 문제는 초기 기독교에서 큰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그 날짜가 일정하지 않아서 1월 6일, 3월 21일, 12월 25일 가운데 어느 하루가 선택되기도 했다.

성경에는 예수의 탄생일이 명시돼 있지 않다. 12월 25일이 성탄절로 정해진 것은 종교적 필요와 역사적 맥락이 결합된 결과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탄생일보다는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더 중요시했지만, 3세기경부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날짜 설정이 이루어졌다. 당시 로마에서는 동지 즈음 태양신 미트라의 탄생일(12월 25일)을 기념하는 축제가 있었다. 초대 교회 지도자들은 이교도 축제 대신 예수를 “세상의 빛”으로 상징화하며, 이 날을 예수의 탄생일로 지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기독교를 로마 사회에 통합하고, 신앙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제공: 함평군청) ⓒ천지일보 2024.11.19.

◆성탄절의 역사적 발전: 종교와 문화의 융합

313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성탄절은 제도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350년 교황 율리오 1세는 12월 25일을 공식적인 성탄절로 선언했으며 이는 로마 제국 전역으로 퍼졌다. 동방교회는 1월 6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했으며 이는 동방 정교회와 서방교회 간의 전통 차이로 이어졌다.

중세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종교적 의례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 축제로 발전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트리는 생명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이 전통은 이후 영국과 북미로 확산됐다. 중세 시대에는 크리스마스 연극, 성가대 공연, 그리고 대규모 잔치가 열렸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가족 중심의 축일로 재정립되는 현대적 크리스마스의 기틀을 마련한 시기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대중화됐고, 산타클로스의 이미지가 현대적 형태로 형성됐다.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는 네덜란드의 성 니콜라스 전설에서 비롯됐으며, 이는 북미에서 상업적 이미지로 발전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빨간 옷의 산타클로스가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크리스마스 상징물의 다양한 의미

크리스마스 트리의 다양한 장식은 고대 북유럽의 전통에서 유래했다. 북유럽 사람들은 전나무 가지에 과일, 동물 모양 과자, 촛불 등을 장식하며 풍요로운 수확과 평안을 기원했다. 각국의 전통도 트리 장식에 반영됐는데, 리투아니아는 풍차나 새 둥지 모양 장식을, 노르웨이는 어망을, 폴란드는 새 깃털과 색종이를 매달기도 한다. 이 전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리본과 볼 같은 현대적인 장식으로 발전했다.

과거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직접 만들어 트리에 걸며 정성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농부는 곡식 모양 장식을, 사냥꾼은 동물 모양을, 주부들은 쿠키와 사탕을 만들어 서로 나누며 기쁨을 나눴다.

트리 꼭대기에 올리는 별은 동방박사가 예수님을 찾아갈 때 길잡이가 됐던 별에서 유래했다. 별은 바른 길과 진리를 상징하며, 어두운 밤에 길을 밝혀주는 의미로 사용된다.

크리스마스 촛불은 예수님의 희생과 인류를 구원한 빛을 상징합니다. 양초가 녹아가며 빛을 내는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떠올리게 한다.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아기 예수 탄생 때 동방박사가 황금, 유향, 몰약을 바친 데서 비롯됐다. 이후 성 니콜라스가 가난한 이웃과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며 이 전통이 확산됐다.

크리스마스 리스는 상록 담쟁이 덩굴로 만들어지는데 담쟁이 덩굴의 하얀 열매는 예수님의 가시 면류관으로 인해 빨간 열매로 변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빨간 열매와 양초를 사용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담은 리스를 장식하게 됐다. 

◆캐럴과 크리스마스 상징색

캐럴은 본래 불란서 말 carole에서 온 단어로 중세 프랑스에서 둥글게 원을 만들어 춤을 추었던 원무를 일컫던 말이었다. 이 원무는 동지 때 가졌던 축제에서 사용한 이교도들의 무곡이었다고 알려진다. 기독교 이전에 후렴을 가진 춤추는 무곡에서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동정녀 마리아, 아기예수,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하는 노래가 사람들에게 전파된 것이다.

최초의 캐럴은 마구간에서 불려졌다고 전해졌다. 13세기 성 프랜시스가 마구간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를 경축하기 위해 마구간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것을 권장했다. 여기에서 지금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크리스마스하면 대표적인 색상으로 붉은색과 초록색, 흰색이 있다. 이 3가지색은 각각 상징하는 것이 있는데 붉은색은 사랑과 희생을 상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를 위한 희생과 그 보혈을 붉은 색으로 그린 것이다. 이웃을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하고 연인을 생각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이타적인 마음 등을 붉은 색으로 나타낸다.

초록색은 영원한 생명과 희망을 나타낸다. 겨울이 돼도 시들지 않는 상록수의 푸른 잎처럼 초록색은 영원하고 무한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이다. 또 간절한 희망과 소원을 나타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흰색은 반짝이는 별빛을 나타내는 순수의 색이다. 겨울철의 흰 눈처럼 깨끗하고 맑은 빛이 순결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버밍엄의 서튼 콜드필드에 있는 서튼 파크에 있는 블랙루트 수영장에서 시민들이 성탄절 수영을 즐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현대적 크리스마스: 상업화와 문화적 확장

현대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상업적 축제로 자리 잡았다. 대규모 광고 캠페인, 쇼핑몰의 장식, 선물 교환 등이 상업화의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활력을 불러일으키지만, 본래의 신앙적 의미가 희석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기념되는 축제가 됐다. 비기독교 국가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문화적 행사로 받아들이며, 가족과의 시간, 선물 교환, 지역 축제 등이 이를 특징짓는다.

서구권 기독교 국가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족과의 시간, 선물 교환, 교회 예배를 중심으로 기념된다. 대규모 장식과 조명이 거리와 집을 장식하며, 크리스마스 시즌은 연말 쇼핑과 여행의 정점으로 간주된다.

비기독교권 같은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연인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날로 여긴다. 케이크와 치킨을 먹는 전통이 독특하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경계를 넘어 가족 및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날로 자리 잡았다. 인도에서는 종교적 축제를 넘어선 다문화적 행사로 발전했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포사다스(Posadas)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12월 16일부터 24일까지 9일간 이어지는 전통으로 마리아와 요셉의 여정을 재현한다. 각 가정에서 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묵게 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이를 들은 집주인이 문을 열어준다. 이때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나누며 행사를 즐긴다. 필리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의 상업화와 본질

현대 크리스마스는 상업화로 인해 소비 중심의 축제로 변모했다. 대규모 쇼핑 시즌과 광고 캠페인은 경제적 활성화를 가져왔으나, 본래의 종교적 메시지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독교 공동체는 이를 회복하기 위해 예배, 봉사 활동, 기부를 강조하며, 크리스마스 본연의 메시지인 사랑과 나눔을 되새기려 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크리스마스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재사용 가능한 장식, 에너지 절약형 조명, 간소화된 선물 포장이 그 예다. 이는 환경 보호와 전통 유지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인류의 신앙, 문화, 사회적 변화를 모두 반영하는 특별한 날이다. 세계 각지의 독특한 전통은 크리스마스가 단일한 축제가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닌 날임을 보여준다. 크리스마스의 본질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신앙적 의미는 여전히 중요하며, 크리스마스가 전하는 사랑과 나눔의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무료 급식단체가 주최한 크리스마스 사전 축하 행사가 열려 산타 복장을 한 남성이 빈민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2024.12.15. (출처: 뉴시스)